brunch

내 모습을 아들에게 투영해 본다

by 돌돌이

아파트 놀이터에 물놀이 장이 생겼다. 토요일은 시우가 파마를 해서 가지 못했기에 일요일 아침 일찍 물놀이를 하러 간 것이다. 나도 어렸을 적엔 계곡이나 해수욕장에 피서를 즐기며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었다. 사실, 물놀이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지만 사진에는 해수욕장과 계곡에서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부모님께 물어보니 주말도 일을 하셔서 우리 가족은 자주 놀러 가진 못했단다. 사진 속의 나는 웃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부모님은 바쁜 와중에도 두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부모님의 영향인지, 더 자주 놀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선 지, 우리 가족은 매주 물놀이를 간다. 다음 주면 물놀이장의 운영도 끝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논다. 이제는 아침이 선선해진 9월이지만 낮에는 아직 무덥기 때문에 물놀이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9월 말에 물놀이장이 있는 숙소를 예약해 둔 것도 그 이유에서다. 아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가고 있지만, 물놀이를 가면 나 또한 즐겁다. 이제는 아이들이 원해서 가는 건지, 아이들 탓을 하며 내가 물놀이를 가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키치적인 성향이 있다곤 할 순 없지만, 캐릭터가 그려진 옷이나 장난감에 대해 거부 감은 없다. 오히려 아들의 장난감을 같이 가지고 놀고 먼저 만져 보기도 한다. 가족이 늘고 육아를 하면서 아이들의 장난감이 하나둘 씩 늘다 보니 어느덧 방 한가득이다. 아내의 말론, 우리 집은 보통이란다. 아이 둘이 있으니 더 많아 보인다나? 그런데 이렇게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게 재밌을 줄이야.


내 장난감은 많지 않았다. 손에 꼽을 정도였다. 부모님은 내가 사달라도 해도 사주지 않았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무언가를 가지고 싶은 욕구도 사라진 것 만 같았다. 실은 내면에 숨겨져 있었을 거다. 억눌린 감정은 아이들에게 풀어내게 된다. 장난감을 잘 사주는 아빠가 된 것이다. 어렸을 적에 문방구를 지나치며 가지고 싶었던 대형 로봇 장난감을 살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문방구 앞에서 서서 장난감 로봇을 쳐다보는 어린 나를 떠올린다. 그런 내 모습을 아들에게 투영해 본다.


p.s -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장난감을 잘 사준다. 시절을 잘 타고난 우리 아들이 부럽구먼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26화아내 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