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몸소 느끼며 살아간다
아이들을 재우고 우리 부부는 아파트 주변을 크게 세 바퀴 정도 돈다. 1시간 정도 걸리는 산책시간 동안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는 것이다. 아이들 이야기가 가장 많고 우리가 자주 보는 프로그램이야기, 아이들 친구이야기, 직장이야기, 주말에 가족이 함께 가볼 만한 곳들을 이야기한다. 주제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 시간이 금방이다. 서운한 것도 이야기하고 종종 다투기도 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우리지만, 시우와 지우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소중한 두 생명은 우리 삶을 바꿔놓았다.
[시우 없었을 적엔 밤 10시 전엔 집에 온 적이 없었던 거 같아.]
[지금은 아무리 늦어도 7시 전에는 오니까. 7시가 뭐야. 6시 전에 와서 애들 저녁 준비 해야지.]
술을 먹지 않지만, 카페 가기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주말마다 카페투어를 하고 맛집을 찾아다녔다. 지금은 유아의자가 있는 식당을 찾고 아이들이 앉기 편한 대형카페를 간다. 종종 과거가 생각나고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시우가 함께한 5년의 시간은 우리를 바꿔 놓았다.
[시우 지우가 없는 모습은 상상이 안 가.]
[맞아. 6시는 우리가 놀러 나가는 시간이었는데, 지금은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잖아.]
[그래도, 시우 지우 있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웃고 행복해. 고마운 아들들.]
과거의 삶도 종종 떠오르고 자유로운 모습도 상상해 본다. 하지만 아들들이 없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어떻게 우리 둘만 살았는지 모르겠어. 지금도 왁자지껄 하고 계속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지금은 내 말수도 줄지 않았어?]
[아니야. 오빠가 시우랑 지우한테 말할 타이밍을 뺏긴 거지, 말 여전히 많이 해. 지금도 산책하며 말 계속하잖아.]
산책을 하다가 대부분은 아이들 이야기를 한다. 어디 어디 숙소가 좋더라, 물놀이장이 생겼다더라, 시우가 좋아하는 치즈 돈까스 맛집이 있다더라 등등. 아이들에 맞춘 대화를 하다가도 둘만 있던 시절을 그리워할 때도 있다. 하지만 선택해야 한다면 열이면 열 우리 소중한 네 가족을 택할 것이다. 시우와 지우덕에 우리는 울고 웃으며 세상을 복작하게 살아 낸다. 부모가 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이 고양감. 말을 안 듣고 사고를 치고 소리를 지르고 우는 소리가 들려도 우리는 행복하다. 행복을 몸소 느끼며 살아간다.
p.s - 자기 전에 시우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시우야. 아빠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사랑해.]
[아빠. 나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는데?]
넌 대문자 T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