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숙박할 곳은 아내가 정했고 일정은 내가 정했다. 일찍 입실을 해서 물놀이를 해야 했기에 갈 수 있는 곳은 한계가 있었다. 우선 첫날에는 유등 박물관을 들렸다가 배를 탔다. 나는 배를 탈 수 있으면 무조건 배를 탄다. 특히 직접 노를 젓거나 손으로 발을 차는 오리배라면 사족을 못 쓴다. 예전에도 아내가 물은 적이 있다.
[오빠는 왜 오리배를 좋아해?]
[맞지. 나도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네. 그런데 땀 흘려서 발 구르고 노를 젓고 함께 하는 그 시간이 그렇게나 좋더라고.]
물빛 나루 쉼터에서 김시민호라는 배를 탔다. 내가 직접 발을 구르진 않지만 배를 탔다는데 의의를 두었다. 유등축제 준비를 하느라 평소보다 짧은 루트로 배가 운행되었다. 진주남강을 제대로 즐기진 못했지만, 사진도 찍고 추억을 남겼다. 생각해 보면 비행기도 있고 버스도 있는데 왜 배를 탄 순간이 행복할까?
내가 또 놀러 갈 때마다 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캠프파이어, 불멍이다. 장작이 타는 소리를 들으며 불이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불멍을 하다 보면 잡생각이 사라진다. 미래에 대한 불안, 가장의 책임, 당장 내일 해야 할 일까지. 장작이 타고 있는 소리와 냄새, 분위기와 열기를 느끼다 보면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환각이 보이거나 환청이 들리진 않지만 망상과 공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배를 타기 전에 배가 침몰했을 상황을 상상하며 대처 방법을 생각해 볼 정도니까.
대문자 S인 아내는 버스나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볼 때면 생각이나 고민을 하지 않는단다. 창밖을 보면 창밖이구나를 느낀단다. 그런 그녀에게 전쟁과 로또 1등을 상상하는 나라는 인간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나와 함께 우리 가족은 살아가고 있다. 첫째의 성향이 나랑 닮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겁쟁이라고 종종 놀리긴 하지만 아들에게 이야기한다.
[시우야. 삼국지라는 소설에 제갈공명이라는 사람이 있거든. 내가 보기엔 세상에서 제일 겁 많은 사람이야. 시우는 상대도 안될 정도로. 그 사람은 얼마나 겁이 많은지 생길 수 있는 모든 상상을 다 해보는 거야.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그를 겁쟁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아.]
만 4세의 아들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파란 불꽃에 흥분할 뿐.
오로라 가루를 넣고 불을 피우고 가족이 앉아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을 재운뒤 다시 불멍을 한다. 아무 말 없이 불을 쳐다본다. 정말 불을 보는 와중에는 어떤 생각도 들지 않는다. 고민, 결정, 미래 등등등. 아내랑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는 들어간다. 불이 꺼지고 주변을 치우면서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나 보다.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한마디 한다.
[또또 시작했다. 그 시간에 와이프 마음이나 신경 써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