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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차이

by 돌돌이


우리 부부는 나이차이가 제법 난다. 내가 9살 연상이기 때문에 아내의 나이를 알게 된 직장 동료들이 했던 이야기가 있다. 그중 가장 자주 했던 이야기는 이거다.


[선생님, 도둑놈이네요.]


순진한 어린 여자를 꼬셔서 결혼하는 악당이 되어 있었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여자의 비율이 높다 보니 대부분 아내의 입장에서 나를 공격하곤 했다.


[자기들이 좋다는데 왜 우리가 왈가왈부하니?]


이렇게 내편을 들어주는 선생님이 한 마디씩 거들기도 한다. 결혼을 하는 선생님이 나타날(?) 때마다 나와 우리 와이프의 나이차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이차이는 우리가 듣는 음악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아내는 빅뱅과 2NE1, FT아일랜드 세대이고 그들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 나 또한 20대에 듣던 그 음악들은 거부감도 없고 자주 들었기 때문에 운전 중에 자주 듣는다. 한 번씩 기타 솔로가 가득한 Gary moore의 끈적한 블루스를 듣고 있으면 아내가 한마디 한다.


[오빠. 몇 년도에 태어났어? 85년생 아니지? 혹시 서당 다닌 거 아니야?]

[이 밴드나 노래들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어. 엄밀히 말하면 고전이라고 생각하면 돼.]


사실 게리무어나 핑크플로이드를 즐겨 듣는 85년생 남자는 생각보다 흔치 않다. 취향이라며 부랴부랴 변명을 해 보지만 발매된 지 40년이 지난 노래를 듣고 있는 날 보며 아내는 여전히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아내가 듣고 있는 빅뱅노래도 20년 가까이 된 노래지만 20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며칠 전, 팬트리를 정리하다가 어머니가 모아둔 상장과 성적표를 발견했다. 그 사이에 육성회비 영수봉투가 끼어 있었다.


[육성회비? 이런 걸 냈어? 검정고무신처럼 대변봉투 받고 그랬었지?]


대변봉투에 대한 기억은 없다. 크게 부정해 봐도 아내는 믿지 않는 눈치다. 육성회비에 대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저렇게 증거가 명확하니 할 말은 없다. 무엇보다 국민학교라는 표현과 육성회장이라는 표현은 나도 놀라 웠다. 하단에 적힌 서무실의 존재도 재밌다.



[5학년 때는 나도 초등학생이었어.]


초등학생으로 졸업했다고 이야기했지만, 첫 스타트는 국민학생이었다. 아내가 나이로 놀리면 내가 더 오버해서 이야기할 때도 있다.


[서당까진 오버고 소학교 다니고 그랬어.]


p.s - 장난식으로 이야기했지만 왜 믿는 눈치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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