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없었을 때는 이제 상상이 안돼.]
우리 부부가 산책 중에 종종 하는 말이다. 아내가 아이들을 재우러 들어가면, 나는 설거지를 하고 집을 치운다. 아이들이 잠들면 보통 내가 하는 정리도 얼추 끝나게 된다. 우리는 같이 아파트 단지 주변을 크게 세 바퀴를 돌며 이야기를 나눈다. 한 시간 정도 소요 되는 여정은 비와 눈만 오지 않으면 계절과 상관없이 결혼 후 이어져 내려온 우리 집의 전통이다. 나 또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참여하곤 했는데 지금은 하루는 헬스를 가고 하루는 함께 산책을 한다. 헬스는 혼자 하지만 산책은 아내와 하는 것이다. 함께 걸으면서 아이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귀여웠던 모습들을 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우가 토리한테 말하는 게 너무 귀여워. 자기 장난감을 토리가 가지고 노니까 이렇게 이야기하더라. 야옹 아니야.]
단어 두 개를 붙여가며 이야기하는 지우의 언어 표현은 귀여움 그 자체다. ‘아니야’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데 그 단어 앞에 자신이 아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다.
[지우야 우리 이제 넨네 할까?]
[넨네 아니야.]
잠 올 때의 표정에서부터 토리와 놀면서 보여주는 모습까지. 우리 부부는 아이들 이야기로 산책 시간을 채운다. 오늘의 주제는 카페에서 있었던 일이다.
일요일에 카페를 갔었다. 건물 하나가 카페인 이곳은 손님이 많아서 자리 잡기가 어려울 정도다. 지난주에 갔다가 따로 독립되어 있는 룸이 있다는 점과 빵이 맛있다는 이유로 우리는 이곳의 단골이 되기로 했다. 고객이 많아서 앉을자리를 찾기가 힘들었다. 아쉽게도 룸으로 되어있는 공간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창가 옆에 앉아서 우리의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살면서 아이들이 없었다면 경험하지 못할 것들이 많다. 키즈 풀빌라나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장 방문도 있지만 오늘같이 아들이 빵을 먹다가 토를 하는 상황도 있다. 점심때 먹은 자장면이 불편했는지, 먹던 빵이 목에 걸렸는지 지우는 카페에서 토를 했다. 아내와 내가 손으로 내용물을 받쳐 들고 부랴부랴 닦았다. 사실 지우는 낮잠을 자지 못해서 피곤하기도 했기에 여러 가지 불편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이런 사달이 일어난 것이다. 지우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돌아다니다 보니 카페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첫째 시우는 이제 카페에서 앉아서 빵도 먹고 우리랑 대화를 할 수 있지만, 둘째는 아직 힘든가 보다. 우리는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토를 하고 울면서 꼬장을 부린 지우는 엄마 품에서 잠들었다. 자고 있는 아들을 보니 카페에서 느꼈던 당혹감이나 화는 사라지고 귀엽고 가엽게 느껴졌다. 재우지 않고 일정을 무리하게 잡은 것과, 카페에서 표정이 울그락 불그락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물론 직접적으로 화를 내진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당황을 하다 보니 표정이 굳어 있었나 보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이러한 일들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카페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조용히 잠든 지우를 보니 괜히 미안하고 고맙다. 지우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옆에 있던 시우가 한마디 한다.
[아빠. 지우 자니까 조용히 해야 해.]
난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