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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고 우리는 평행선을 달리는구나

해결책은 필요 없다

by 돌돌이

어느 순간부터 아내 보다 아이를 더 찾게 된다. 혹여나 시우가 코피가 났을 때는 괜찮냐며 호들갑을 떨지만, 아내가 아프다고 할 때는 다른 자아가 나온다.



[약 먹었어?]


사실 아들에게도 동일하게 반응한다고 하지만, 아내는 아이들과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단다.


[오빠는 변했어. 연애할 때랑은 180도 변했어. 아들들에게만 F고 지금은 TTT야. 좋은 아빠는 맞는데 좋은 남편은 모르겠어.]


연애 때부터 대문자 T의 모습에서 차가움을 느끼긴 했지만, 요즘은 더욱 그렇단다. 그리고 연애 때와는 달라진 내 모습에서 아내는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 모든 것에서 아내가 우선이었는데, 지금은 아이들과 본인 위주란다. 아니라고 이야기해도 아내가 그렇게 느끼니 더 할 말이 없다. 자주 싸우는 이유는 내가 답하는 태도가 한몫한다.


[나는 그런 뜻이 아니었어. 그리고 갱이는 매번 잔소리하고 화내잖아.]

[예전에는 내가 이렇게 화내면 괜찮냐고 물어봐 줬어. 지금은 내가 잘못해서 그랬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잖아. ]

[아니야. 걱정이 되니까 물어본 거고, 약을 먹었는지 묻는 거야.]

[걱정이 되면, 와서 괜찮냐고 묻고 도와줘야지. 오빠는 자기가 먹는 게 우선이야.]


아내가 말도 안 되는 걸로 우기고 화를 낼 때도 있다. 아내가 힘들어서 나에게 투정을 부리는 거라는 것을 알지만, 나는 왜 감정적으로 받아들일까? 일도 지치고 육아도 하다 보니 예민해진 걸까? 다시 생각해 보면 아내를 당연히 여겨서 그런 것 같다. 언제나 아내는 한결같이 우리 가정을 지키고, 우리 가족을 먹인다. 애초에 엄마라는 직업인 사람처럼, 우리 남정네들은 아내에게 의지 하는 것이다. 아내도 아내가 처음이고 엄마도 처음이다. 20대에 시집을 와서 결혼과 육아를 하면서 얼마나 지쳤을까? 나는 아내의 헌신을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러니 말도 못됐게 하고 공감하지 않고 해결책만 늘어놓았지.


해결책은 필요 없다. 아내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함을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알리고 위로받고 싶었던 것이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선 그녀가 내는 질문에 답이 아닌 공감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고 우리는 평행선을 달리는구나.


[갱이가 화를 내고 매번 잔소릴 하잖아.]

[오빠가 잔소리를 하게 만들잖아.]

[그러면 좋게 부드럽게 이야기를 하면 되잖아.]

[좋게 이야기하면 듣질 않잖아.]


p.s - 사과를 하고 괜찮냐고 묻는 것이 우선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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