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작가를 좋아한다. 그의 책은 다 읽었고 과거에는 Daum 카페의 박민규 팬클럽에 가입해서 활동했더랬다. 40살이 지나고 읽는 그의 글은 또 다른 맛이 난다. 그가 쓴 책들은 재밌다. 재미 가운데에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이다. 저자의 주인공 들은 우리가 말하는 보통사람의 범주를 살짝 벗어나 있다. 그 보통사람의 기준을 살짝 올려 보면, 그가 이야기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은 평범한 소시민에 가깝다. 화려하지 않고 빛나지 않지만 자신만의 속도를 가지고 공간을 채워간다.
속도는 벡터의 개념이다. 시간으로 위치가 변한 값을 나눈 것이다. 내 인생의 속도는 어떨까? 이 나이가 돼도 방향이 아리송하다. 빠르게 지나가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지만, 만약 방향이 틀렸다면? 인생에 틀린 것은 존재치 않는다. 굳이 뽑자면 도박이나 마약정도? 그것에서 조차 교훈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할 말 없지만. 아무튼 낭떠러지로 향해가는 파괴적인 삶만 아니라면 방향도 크게 상관없어 보인다.
그는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의 오마주인지는 모르겠지만, 볼품없는 외모와 주목받지 못하는 피지컬을 가진 남중의 둘째 줄에 앉아 있을 법한 친구들이 주가 된다.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진 않는다. 그렇다고 비하하지도 않는다. 정면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한다. 그들의 모습을 이야기하는데 웃음이 새어 나온다. 내가 소설 속 주인공 보다 더 낫다는 믿음에서 웃음이 나온 걸까? 이유야 어찌 됐든 웃다가 보면 책이 절반 가까이 넘어가있다. 그의 입담에 책장을 넘기다가 쉬 읽히지 않는 문장들을 본다. 의미가 없다기엔 의도적으로 남긴 행간과 단어는 분명 작가가 하고 싶은 바가 있어서다.
책을 읽다가 그의 입담이 이끌어 가는 대로 어느 지점에 도착한다. 그 종착지의 여정이 마냥 달콤하진 않지만, 작가는 나에게 이야기한다. 우리들도 이곳에 서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하기 싫은 그들이라고 칭하고 싶다. 그들을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