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며칠 전 치과치료를 받았다. 잇몸 마취를 하고 깨진 이 주변을 갈아서 때운 것이었다. 나이가 들어도 치과는 무섭고 마취는 아프다. 치료를 받다가 긴장을 했는지 머리가 아파 왔다. 퇴근 후에 들른 치과에서 치료를 받았는데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마취가 풀릴 때까지는 먹을 수 없으니까. 오랜만에 치과 치료를 받으면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휴대폰 없이 하얀 치과의자에 앉아서 조명을 바라보았다. 30분 가까운 시간은 쉬 가지 않는다.
치과치료를 받고 나서 집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아빠, 아빠는 왜 밥 안 먹어?]
[아빠는 치과 갔다 와서 지금 못 먹어. 나중에 먹을게.]
[나도 나중에 먹을게.]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아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마취가 풀려가면서 통증을 느꼈는데, 웃으면 얼굴이 땅겨서 통증이 거 커지는 것이었다. 이번에 치과 치료를 받으면서 얼마나 내가 많이 웃는지 알게 됐다. 시우랑 지우, 아내를 보며 열 번도 더 웃었다. 통증이 있어서 웃기지 말라 했지만 아내가 이야기한다.
[오빠. 아무도 안 웃겨. 여보가 그냥 웃는 거야.]
그랬다.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걷잡을 수 없는 웃음은 하품처럼 번져나갔다. 왜 아들이 무릎을 꿇고 가족이름을 적는지 알 수 없었다. 적기 힘든 소파에서 적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냥 이러한 상황상황이 웃기기 시작한 것이다. 옆에서 지우가 갑자기 이야기한다.
[크로코디로]
만 1세의 입에서 이탈리안 브레인롯 이름이 나오다니. 요즘 금지하고 있긴 하지만,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인형을 눌러보며 배운 것이었다. 다른 이름들과 단어들은 따라 하지 못하고 크로코디로만 따라 하고 있었다. 치과치료한 아래턱이 아팠지만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전염된 웃음은 모든 것에서 소스를 찾아낸다. 아내가 갑자기 운동을 하는데 그 걸 따라 하는 지우의 모습이 웃기기 시작했다. 조그만 발과 짧은 다리로 따라 하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나 보다. 통증이 따라와서 내 표정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동안에도 얼마나 웃어 왔을까?
p.s -얼마나 자주 웃고 행복하게 대화하고 있는지 아프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고마움을 잊지 말자. 지금에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