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하나 샀다. 긴팔에 하얀색 옷. 핏이 딱 맞아서 이쁜 옷이다. 봄과 가을에 입을 수 있는 긴 팔이었다. 집에 와서 입어 보니 이거 웬걸? 젖꼭지가 보였다. 아내에게 보여주니 옷이 이쁘다고 칭찬해 줬지만, 젖꼭지가 도드라 보이지 않냐며 이야기하니 웃음을 참지 못한다.
[오빠가 그렇게 어깨를 펴고 서 있으니 그렇게 보이는 거야.]
[그렇다고 앉아 있거나 계속 어깨를 숙이고 다닐 수는 없잖아?]
사실 아내가 빵 터지는 모습에서 나도 웃음이 나와버렸다. 젖꼭지가 튀어나와서 옷을 반품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다른 옷들도 그렇게 꼭지가 도드라 지는 걸까? 사이즈가 타이트한 이유도 있겠지만, 하얀 옷이라서 더 티가 난다. 한번 눈이 가고 나서부턴, 내 머릿속은 티셔츠의 젖꼭지로 가득 찼다. 내가 입고 있던 옷들을 번갈아 입어 보며 젖꼭지가 보이는지 확인해 보았다. 놀랍게도 젖꼭지가 보이는 옷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 존재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하루 내내 남자 가슴을 보고 있었다. 놀랍게도 많은 남성들은 자신의 젖꼭지 실루엣이 보이는 상의를 입고 있었다. 노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아니면 그 존재를 모르는 것처럼 그들은 허리를 펴고 어깨를 바르게 하고 거리를 활보했다. 젖꼭지를 생각하는 이상한 넘이라는 생각이 들자 화도 나고 웃음도 난다. 그리고 다른 남자의 가슴팍을 보는 행위는 이제 그만하기로 했건만 눈은 가슴팍으로 가고 있다. 삶의 아이러니 일까? 니플패치라도 해야 할까? 아내의 한마디에 나는 그냥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오빠. 그 누구도 오빠의 젖꼭지에 관심 없고 신경도 안 써.]
40대 남자 젖꼭지보단, 이 세상엔 아름다운 것들이 더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