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축구를 배운다. 집 근처에 있는 축구클럽에서 4개월째 다니고 있다. 만 4세인 아들은 그중 가장 어리다. 진주 여행을 다녀온 월요일엔 내가 시우를 축구 클럽에 데려다준 것이다. 아들은 내 존재가 계속 신경 쓰이나 보다. 축구공을 본다기보단 나를 보는 시간이 더 많다. 물론 아들과 나는 라포 형성이 잘되어 있고 함께 노는 시간도 많긴 하다. 그것과는 별개로 축구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들을 보니 안타깝다.
시우와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는 코치의 이야기에도 잔디 풀을 뜯고 앉아있었다. 통제가 되지 않는 만 4세의 아이. 시우는 주어진 과업을 잘 하진 못해도 다른 형들이 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가고 있었다. 미니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축구교실을 다니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공을 한번 차고 칭찬해 달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형들이 차고 달리는 와중에 시우는 아주 잠시 공을 터치할 뿐이다. 자기 앞에 누군가가 오면 부딪칠까 봐 드리블을 멈추는 것이다.
10분 남짓 짧은 미니게임동안 시우가 공을 터치한 것은 두 어번 남짓이다. 시우는 축구 교실이 끝나고 나서 나에게 이야기한다.
[아빠. 아까 거의 골 넣을 뻔했어.]
내가 보기엔 골은커녕 골대 가까이도 가지 않았다. 시우는 우연히 자기 앞으로 온 공을 2미터 정도 차고 달린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아들은 나에게 칭찬을 바라는 눈치다.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고 안아 줬지만 입맛은 썼다. 왜 시우가 축구를 다니는지 의심스러웠다. 칭찬 스티커를 받기 위해서 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코치님이 안아주고 귀여워해 줘서 다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내에게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우는 축구를 왜 다니는 걸까? 배운다는 느낌은 잘 모르겠어. 4개월이 됐는데도 여전히 공을 뺏지 않고 뛰기만 하다가 뺏겨.]
[여보. 시우는 축구 좋아해. 매번 축구 가서 누가 누가 뭐 했는지 다 이야기해 줘. 오늘도 골 넣을 뻔했다고 아빠한테 자랑했다고 하던데?]
공을 차고 뺏는 횟수는 중요치 않았다. 시우는 축구하러 가는 것을 좋아했다. 내 기준에서 생각하다 보니 매달 15만 원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취미라고 해도 배우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만 4세 아이를 어른의 관점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시우가 배우는 것은 축구뿐만이 아니었다. 형들과 함께 하는 분위기와 같은 옷을 입고 뛰는 소속감을 체득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아빠가 꼭 데리러 오라고 한 이유도 알게 되었다. 아빠에게 자신이 축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난 그런 것도 모르고. 그래. 조그만 두 발로 뛰며 즐거움을 느끼면 충분하니까.
p.s - 시우의 친구는 잔디를 뜯고 있더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