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많은 것을 일상에 녹여냈지만

by 돌돌이

스마트 폰의 등장은 내 삶을 풍요롭게 해 주었다. 특정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특히 등하교 시간, 출퇴근 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동할 때마다 유튜브를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그런 시대다. 그만큼 내 삶은 더 풍요로워져야 하는데 그렇진 않다. 정말 그러한 시간을 가진 것이 맞을까? 내가 음악을 구입하고 발품을 팔아 가며 샀던 앨범만큼 가치 있게 여기고 있을까?


스마트폰이 없던 학창 시절을 떠올린다. 핸드폰이 있긴 했지만, 그 녀석이 줄 수 있는 변화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한글 40자를 채워 문자를 해야 했다. 지금처럼 제한 없이 사진과 카톡을 보내던 시기가 아니었다. 요금제를 충전하고 쓰면서 소중함을 느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는 라디오를 주로 들었다.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때의 행복. 지금처럼 내가 원하는 노래를 바로 들을 수 없었다. 용돈을 모아 샀었던 이승환 테이프의 전곡을 지금도 기억한다. 소장의 의미가 있었던 지난날의 음악들. mp3가 나오고 노래를 다운로드하여 들으면서 음악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 같다. 언제 어디서나 노래를 듣고 감상할 수 있다. 라디오의 선곡을 기다리고 용돈을 모아 테이프를 사서 앨범 전곡을 감상하는 시대가 지나가 버렸다.


출근길 버스 맨 앞자리에 앉게 되었다. 평소 같으면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쓰거나 노래를 들었지만 오늘은 그냥 창 밖을 바라보았다. 버스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몇 명만 바깥을 쳐다 볼뿐. 버스정류장을 설 때마다 보이는 사람들은 전부 휴대폰을 본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엔 어떻게 살아왔단 말인가? 버스정류장과 버스 안에서 무엇을 했단 말인가? 왜 다들 작고 빛이 나는 창을 보며 시간을 녹여내는 걸까?


그냥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버스 기사님을 보고 있었다. 반대편의 기사님을 보고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본 것이다. 기사님들의 암묵적인 룰을 지켜보는 재미를 잊고 산 것이다. 한 번씩 반대 차선의 버스 기사님이 인사하는 것을 놓치고 부랴부랴 손을 들던 기사님부터 모든 버스기사님한테 손을 흔들고 인사를 했던 기사님도 떠올랐다. 넉살 좋은 그분은 마을버스를 포함해서 버스라는 버스를 볼 때마다 전부 인사를 한 것이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을 보면 참 바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하랴, 사람들 내려주랴, 길 물어보는 분들 대답하랴. 벨소리를 듣지 못하고 정거장을 지나치기도 하던 그 기사님.


스마트폰은 많은 것을 일상에 녹여냈지만 작은 화면에 내 눈과 귀를 뺏긴 것 같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바깥을 들여다본다. 경국아. 폰 보다 재밌는 세상일진대 왜 고개를 숙이고 한 곳만 보고 살고 있니. 아직 세상은 살만 하다고.

keyword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