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을 갔다. 이기찬 노래를 부르고 김장훈 노래도 불렀다. 그리고 마지막 한곡이 남았을 때 갑자기 할리퀸의 기도가 떠올랐다. 이 노래를 원키로 부르면 다음 곡을 부를 수 없다. 하지만 어렸을 적엔 이 노래를 포기한 적이(?) 없었다. 김경호의 금지된 사랑과 김명기의 say yes, 엠씨더맥스의 one love 그리고 할리퀸의 기도까지. 우리는 락발라드를 좋아했고 락을 좋아했다. 남자는 고음이 중요하다. 나도 친구들도 자신만의 발라드곡이 있긴 했지만 그것은 이성이 함께 했을 때만 나오는 것이었다. 우리에겐 락이 전부였다.
할리퀸의 기도를 마지막 곡으로 부르기엔 내 목이 버텨낼 수가 없다. 그래서 한키를 낮춰서 불렀다. 예전에는 왜 그렇게 원키를 고집했는지 모르겠다. 지금이야 내가 부를 수 있는 목소리톤과 음역대에 맞춰서 부르지만, 20대의 나에게 키를 낮추는 것은 치욕이었다. 차라리 삑사리가 났으면 났지, 키를 낮추다니. 그래서 더 즐거웠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맘대로 부르고 질러댔으니 얼마나 신났을까?
반키를 낮춰 불러도 노래는 여전히 어려웠다. 중음역대의 이 노래를, 할리퀸이 부른 그 맛을 살리는 커버는 보지 못했다. 그러니 원곡 가수가 부른 버전만 듣는다. 음원이 없어서 유튜브 영상으로 만족하는 것이다.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요즘 따라 숨이 차고 답답한 느낌이 많이 든다. 여러 가지 사건이 겹쳐서였을까? 할리퀸의 기도가 그 답답함을 풀어주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