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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a look around

Limp Bizkit

by 돌돌이

림프비스킷은 내가 16살 때 처음 알게 된 랩메탈 밴드다. 굳이 분류를 하고 구분을 할 필요는 없다. 좋은 음악을, 신나는 노래를 선사해 준 그들이 고마울 뿐이다. 엠티비에서 나오는 take a look around 뮤직비디오를 보고 첫눈에 반해서 앨범을 구매했다. 테이프를 사서 늘어질 때까지 들었던 그 시절. 내 영어의 저변은 그들의 앨범이다. 사실 가사를 외워도 뜻은 정확하게 알진 못했다. 지금도 모르는데, 그때는 그냥 단어 몇 개만 기억하고 그걸로 해석하곤 했었다. 가사는 몰라도 노래는 흥겨웠고 어깨는 들썩 거렸다.



림프비스킷은 조지 마이클의 Faith를 리메이크해서 주목받았다. 울부짖는 프레드 더스트의 보컬이 좋았다. 얇은 목소리로 시작해서, 성대를 갈아 넣는 듯한 소음을 낸다. 그의 무대 매너도, 소리도 좋았다. 기타를 맡은 웨스 볼란드가 온몸을 까맣게 칠한 채 기타를 치는 모습은 지금도 떠올릴 수 있다. 그만큼 임팩트가 있었다. 뉴 메탈이 한때 유행을 했고 서태지는 밴드 붐을 일으키며 한국에서도 다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때 WWE 레슬러 언더테이커의 입장곡이 림프비스킷의 노래였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비난하고 대중들에게 욕을 하던 시대. 내가 샀던 앨범의 이름은 Chocolate Starfish and the Hot Dog Flavored Water이다. 항문과 정액을 지칭하는 은어라는 걸 안 것은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였다. 헬스장에서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운동을 한다. 귀안 가득 채우는 기타와 DJ턴테이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요즘 박민규의 소설을 읽고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 보니, 어딘가에 몰입을 해서 이런 고민과 숙려를 피하고 싶나 보다. 림프비스킷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다. 노래를 듣는 순간부터 아무런 잡생각이 들지 않는다. 대신 귀가 아파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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