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을 놓치면 맛이 없어진다.

by 돌돌이

설날이 끼어있는 연휴엔 글을 쓰지 않았다. 한주는 쉬어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쉬는 게 아니다.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게임도 하고 책도 보다가 하던 일을 멈추고 내려놓고 쉬는 게 쉬는 것이다. 나는 글을 쓰지 않고 쉬는 게 쉬는 거라 생각했다.



2025년부터 매주 4개씩 다른 주제로 글을 쓰고 있었다. 2026년부터는 시간은 늦을지언정 펑크를 내지 않고 글을 썼고 두 달째 습관을 지켜가고 있다. 설 연휴에 시골도 가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나도 모르게 글 쓸 주제가 떠오른다.


‘어, 지금 와이프가 한 말을 브런치에 써야지, 시우의 양말이 이렇게나 커졌나, 내시경실에 새로운 이벤트가 생겼네…’


몇 년간 이곳에 글을 써오고 있고 두 달이 넘도록 매주 네 개의 글을 쓰다 보니, 이 행위가 습관이 된 것이다. 글을 쓰는 주제에 맞는 화제를 발견 좋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하이에나처럼 주변을 탐색한다. 글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단순하고도 간단하다. 평소에 내 주변을 둘러싼 환경을 더 유심히 보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애정 있게 보는 것.


습관덕인지 글감을 찾아서 써야 한다는 압박감 덕분인지, 나는 글을 쓰지 않았던 지난 연휴가 길게 느껴졌다. 글을 쓰지 않기로 다짐을 해도, 갑자기 보이는 화제를 놓칠 순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엔 때가 있다. 쓰고 싶을 때 써야 그 글은 생명을 얻을진대, 한주가 지나니 글감이 시들해진 것이다. 저장을 해 놓기도 하고 다음에 쓸 수 있게 기억해 보기도 하지만 타이밍을 놓친 녀석들을 붙잡고 싶진 않다. 글은 무한히 쓸 수 있고 주제 또한 무한하지만 내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오는 것은 별개다. 내 시간과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과 느낌을 담았으니까 유효기간을 놓치면 맛이 없어진다.


글을 채워가며 느끼는 충만감을 느낄 생각 하니 기분이 좋다. 화제가 보이지 않고 떠오르지 않을 때는 머리를 뜯기도 하고 멍하니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 보기도 하지만. 오늘도 이렇게 하나의 글을 써내려 간다. 아내와 아이들이 주인공인 ‘초보 아빠의 육아이야기’를 써야 하지만 그냥 손이 내키는 대로 쓰고 있다.


p.s - 육아이야기는 자기 전에 쓰고 자야지.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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