빤스가 없다.

by 돌돌이


빤스가 없다. 아무리 서랍을 뒤져도 내일 입을 팬티가 없었다. 속옷을 따로 빨다 보니 속옷통에 놔둔 속옷이 하나둘 쌓였고, 속옷 빨래를 잊고 지낸 것이다. 수건과 일상 옷들은 부피가 커서 금방 빨고 건조기를 돌리지만, 속옷은 그렇지 않았다. 팬티의 개수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많지도 않았다. 구멍이 나거나 빛바랜 속옷들을 수시로 버리다 보니, 수중에 있는 속옷의 개수가 손에 꼽을 정도다.


지금 건조기가 돌아가고 나면 속옷을 빨고 넣을 생각이다. 수건의 개수가 많아서 건조기가 돌아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20분이 남았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건조기 문을 열고 확인해 보았다. 이거 웬걸! 수건의 양이 많아서 수건은 여전히 축축했다. 속옷을 세탁기에 돌려도 건조기 시간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급하면 지금 빨고 건조대에 걸면 된다. 그리고 손빨래를 하고 내일 아침에 드라이기로 말리면 되니까.


계속 건조기 앞을 서성거리다가 내가 언제 속옷을 샀는지 생각해 본다. 아내는 작년에 샀다고 하는데 나는 기억이 없다. 그만큼 나는 속옷에 매정한 남자였다.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는 패션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경제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아이들 옷을 사고 꾸미는 즐거움이 있었다.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되고 나서부터, 내 옷과 패션은 중요치 않았다. 내가 가진 옷들과 결혼 후에 샀던 옷들로도 충분히 계절을 지낼 수 있었다. 그러기에 속옷이나 양말은 잊고 지냈다.


양말은 새양말도 많고 선물 받은 양말도 많았다. 하지만 속옷은 새것이 없었다. 내 몸에 가장 처음 닿는 녀석을 등한시했다. 이제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인 hugo boss 팬티를 사서 쟁여 놓아야겠다. 서랍에 새 팬티를 넣어두고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해야지. 팬티를 살 생각하니 기분이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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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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