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게임을 하면서 우리의 시간이 쌓인다.

by 돌돌이

시우가 가장 재밌어하는 놀이는 피카추 카드 게임이다. 포켓몬스터 카드를 가지고 덱을 꾸려서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우리끼리의 약속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다. 시우가 포켓몬 카드를 사촌형에게 한 장 받고 나서 나에게 이야기했다.


[아빠. 피카추 카드 갖고 싶어.]


고민고민 하다가 설날 선물 겸 마트에서 포켓몬스터 카드 꾸러미를 사준 것이다.


[한 번에 다 뜯으면 안 돼. 매일 하나씩만 뜯는 거야.]


아직 카드 사용법이나 게임법을 몰라도 게임을 하기 충분했다. 같은 그림 맞추기, 체력이 높은 사람이 이기기, 반짝이는 카드를 가진 사람이 이기기, 번개 특징 카드를 가진 사람 이기기…등등. 하나의 카드로 우리는 꾸준히 게임을 했다. 주로 우리가 하는 게임은 각자 앞에 세장씩 놓고 반짝이는 특수카드가 나온 사람이 놓인 카드를 전부 가져가는 게임이다. 반짝 카드가 몇 번 안 나오면 카드는 제법 많이 쌓인다. 그러면 시우는 이렇게 외친다.


[대박판이다 이번에.]


대박이라는 표현을 내가 쓰긴 했지만, 어느덧 시우가 주로 쓴다. 조그만 입에서 ‘대박’이라는 표현을 쓸 때면 얼마나 웃기는지. 내가 먼저 썼기 때문에 이 표현을 쓰지 말라고 강요하긴 어렵다. 최대한 안 쓸 수밖에. 카드를 따서 가진다는 행위가 좋나 보다. 벌써 소유와 승부에 대한 관념을 심어주면 안 되는데. 아들의 행동을 보니 도박은 잼병인 거 같다. 누가 봐도 티가나는 너의 모습은 나를 닮았다.



카드를 뒤집어 놓고 같은 카드를 찾는 게임은 아내와 시우가 잘한다. 나는 나이가 들어선 지 카드를 뒤집고도 그 위치와 종류를 잊곤 한다. 하지만 아들과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뒤집었던 카드를 기억한다. 아내도 재빠르지만 시우의 기억력도 신기하다. 우리 부부는 젊고 어린 시우의 능력을 신기해한다. 나 또한 기억력이 좋았고 재빠른 손놀림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 대신 나이가 들수록 추론하는 능력이 생긴다. 좋게 말하면 여러 상황에 대한 대처이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속이 꺼멓다고 할까?


매일매일 카드 게임을 하면서 우리의 시간이 쌓인다. 둘째도 함께 하는 날이 오겠지? 우리 가족이 둘러앉아서 서로를 바라보며 게임하는 이 순간이 즐겁다. 죽기 전에 떠오를 주마등에 카드게임하는 순간도 있을 거다. 시우와 지우, 아내가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이고 감사인지.

월요일 연재
이전 17화마음이로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