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1박 2일로 스키장을 갔다. 우리를 놔두고.

하루정도는 독박육아도 나쁘지 않구나.

by 돌돌이


아내가 1박 2일로 스키장을 갔다. 우리를 놔두고. 난 두 아들과 함께 토요일과 일요일을 보내야 한다. 당일은 해본 적이 있지만 1박 2일간 혼자서 아이들을 케어한 적은 처음이다. 결혼 후 p성향으로 바뀌어 살던 내가, 최소한의 계획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마냥 집에만 있어서는 시간도 안 가고 서터레스만 쌓일 것이다. 그래서 부모님 댁 근처에 있는 키즈카페를 가기로 했다. 조카를 좋아하는 사촌동생의 도움을 받아서 두 시간 반을 함께 놀았다. 이후에 어머니도 키즈카페에 와서 둘째 지우를 돌봐준 것이다. 덕분에 20분 정도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키즈카페를 간 것이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곳에서 어머니가 트램펄린을 타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기본적인 제자리 뛰기도 힘겹게 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균형을 잡아가며 해맑게 웃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 지우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어머니의 눈은 반짝거렸다. 첫째는 고모를 부르며 함께 놀았다. 아내보다 한 살 어린 고모는 시우에게 좋은 친구가 되었다.



시우와 지우는 증조할머니댁에 가서 밥도 먹고 용돈도 받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우리는 대형마트를 갔다. 필요한 물건도 사고 아이들에게 선물도 사주기 위해서. 나는 한사코 괜찮다고 이야기했지만, 어머니는 사주고 싶단다. 그러다가 내가 어릴 적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니, 예전에 저한테는 장난감 안 사주셨다고 했잖아요.]

[그때랑 같나? 그리고 너도 문방구 앞에서 안 간다고 소리치고 운 적도 있었어.]

[그래서 사주셨어요?]

[아니. 그때는 형편도 안 좋고 다들 어렵게 살았잖아.]


우리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떼쓰지 않는다. 선물을 자주 사주기도 하지만, 안된다고 할 땐 단호하게 이야기해서다. 내가 살면서 가진 장난감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지만, 우리 아들들은 놀이방이 있을 정도다. 욕구를 충족시켜 주니 오히려 짜증이나 집착이 생기지 않는다. 어머니는 커다랗고 비싼 장난감을 사주려고 하셨지만 나는 조그마한 브레인롯 키링을 골랐다. 아내의 명령으로 브레인 롯은 우리 집에서 금지(?) 되어 있었다. 호랑이가 없는 곳엔 늑대가 왕인 법. 나는 당당히 아들에게 브레인롯 키링울 쥐어주었다. 시우는 신나서 다른 장난감은 거들 떠 보지도 않았다. 삼천 원짜리 키링이, 10만 원짜리 합체 로봇을 이긴 것이다.


마트에서 과자를 손에 쥐고 집으로 향했다. 아들들은 엄마를 보고 싶어 했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양치도 하고 같이 정리도 한 뒤에 다 같이 누웠다. 자기 전에 좋아하는 노래도 한곡씩 듣고, 예전에 내가 재울 때처럼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누가 먼저 자는지 대결‘이라며 자는 척을 하다 보니 어느덧 단잠에 빠진 아들들. 방문을 살짝 닫고 나오며 뿌듯함을 느낀다. 주변의 도움으로 주말 육아를 마무리했지만, 오롯이 아이들과 함께 보낸 하루가 신기해서였다. 중간중간 둘째의 귀여운 표현을 들을 때나, 첫째가 눈 안에 나를 가득 채우고 쫑알거리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하루정도는 독박육아도 나쁘지 않구나.


p.s - 1박 2일 자부 보단, 가족과 함께 보내는 주말이 더 좋잖아! 물론 나도 1박 2일로 보내 준다면 군말 없이 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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