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카봇뮤지컬을 보고

너에게서 나를 본다

by 돌돌이

아들과 함께 카봇 뮤지컬을 보고 왔다. 오랜만에 첫째 시우랑 단둘이서 데이트를 한 것이다. 아들은 뮤지컬을 보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 보였다. 들떠있는 게 느껴질 정도로 평소에는 하지 않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차 안에서 한다. 긴장을 하면 말이 많아지는 건 아빠를 닮았구나.


[아빠, 저기 주차 안 해?]

[사람 많다. 카봇 보러 오나 봐.]

[저기서 하나?]


시우가 차 안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서 공연장에 도착했다. 많은 아이들이 있었고 시우 또한 신나 보였다. 두리번거리며 낯설어하는 아들을 보니 나를 보는 것 같다. 학창 시절엔 낯가림이 심한 대문자 I였다. 싫은 말을 하지 못하고 소심하게 삭히는 내 모습을 아들에게서 본다. 이러한 성향은 환경의 변화로 바뀌게 되지만, 굳이 내가 그걸 앞당길 필요는 없어 보인다. 스스로 깨우치길 바랄 뿐.



스티커와 엽서를 챙기고 팔에는 카봇팔찌를 차고 포즈를 잡는다. 모든 아이들 곁엔 엄마와 아빠가 있는데, 생각보다 아빠의 비율이 많다. 나는 와이프가 예매를 하고 보낸(?) 케이스지만 다른 부부들은 어떨지. 뮤지컬이 시작하자마자, 출연진이 와서 말을 걸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걸 보고 아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동 뮤지컬의 특성상 하이파이브와 무대 밑으로 내려와서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은 기정사실이니까. 주인공인 차탄과 하이파이브할 때는 무서워하지 않았지만 악당이 인사하러 올 때는 긴장한 표정이 느껴졌다. 뮤지컬 중간에 검은 옷을 입은 악당이 나오니 아들이 나에게 말을 건다.


[아빠. 엄마 보고 싶어.]

[시우야. 우리 카봇 끝나고 엄마랑 지우 보러 가자. 같이 카페 가자.]


아들은 코믹한 표정과 자세를 취하는 마인맨이 나올 때는 괜찮았지만 검은 옷에 검은 마스크를 한 진짜 악당이 나오니 겁을 먹은 거 같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말을 건다.


[아빠. 엄마랑 지우 보고 싶어.]

[그럼 우리 집에 갈까?]

[응.]

[시우야. 10분만 더 하면 끝나. 검은 옷 입은 악당도 카봇이 물리쳐 줄 거야. 이거 좀만 더 보고 엄마랑 지우 보러 가자.]




아들을 달래고 난 뒤 공연을 끝까지 보았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을 하면서 포토타임을 가진다. 내용이나 퀄리티가 뛰어나진 않지만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첫 번째 열에서 보니 배우들의 손동작부터 노래가 끝난 뒤 숨을 고르는 모습도 보인다. 배우들의 열정을 느꼈고 아들에게 이러한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시우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잊고 있던 나를 본다. 소심함을 감추며 과장하는 행동까지도 닮은 너. 지금은 가슴으로 끙끙 앓고 눈물을 보이지만 시간에 무뎌지고 성숙해지면 이겨낼 거라 믿는다. 거짓으로 감정을 감추는 모습을 보일 때면 화가 나기보단 연민을 느낀다. 너에게서 나를 본다. 아들의 표정과 말투, 눈빛을 보며 나의 과거를 들여다본다. 시우가 만들어갈 삶의 궤적에 힘이 되고 싶다. 길을 정하고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응원을 해줄 수 있는 그런 아빠가 돼야지. 아들을 보면서 나도 어른이 되어간다. 더 단단한 어른이 될 때까지. 오늘도 내일도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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