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해보니까 알겠어? 애 둘 보는 게 얼마나 힘든지?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아내 운은 참 좋구나.

by 돌돌이


디지털 디톡스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같은 디지털 기기 사용을 잠시 중단하여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과도한 정보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매번 들여다보는 폰과 티비, 태블릿등을 줄이는 것이다. 이 글 또한 스마트폰으로 쓰고 있으니 모순이기도 하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에겐 스마트 디톡스가 필요하다. 카페를 가거나 식당을 방문하게 되면 우리 부부는 두 아들에게 각각 스마트폰을 켜고 YouTube를 보여 준다. 우리가 편하게 밥을 먹기 위함이기도 하고 식당에서 아이들이 큰 소리로 떠들지 못하게 하려는 이유도 있다. 이래나 저래나 나는 스마트폰을 보여 주는 것에 길들여져 간다. 여러 가지 변명을 해가며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여주는 것을 합리화한다. 내가 조금 더 편하게 식사를 하고 아내와 대화를 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넘기는 것이다. 대신 밖이 아닌 집에서는 최대한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영상을 보더라도 영화와 같이 시리즈가 아닌 단편으로 끝나거나 기승전결이 있는 프로그램을 보여주려고 한다.


일요일 아침, 아내가 약속이 있어서 나가게 되었다. 나는 두 아들과 함께 주말 아침을 보낸 것이다. 처음에는 기차놀이도 하고 소꿉놀이도 하면 시간을 보냈다. 이등병 시절에도 이렇게 시간이 느리게 가진 않았을 거다. 꽤 오랜 시간을 아들들과 뒹굴었지만, 지난 시간은 30분 남짓. 아내가 오려면 4시간은 더 남아있었다. 이제 여섯 살이 되는 시우와 세 살이 되는 지우는 세 살의 차이만큼이나 노는 스타일이 달랐다. 그리고 서로 양보하지 않고 싸운다. 둘째 지우는 형의 물건을 뺏고 시우도 양보하지 않는다. 지우가 책을 들고 와서 읽어 주면 시우가 와서 자신의 책을 읽어 달라며 경쟁을 펼친다.


아내는 어떻게 두 아이들을 일주일간 돌봐 왔을까? 지금은 유치원 방학이기 때문에 꼼짝없이 두 아들들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 둘 중 한 명만 본다고 하면 나도 잘 볼 수 있다. 하지만 둘은 난이도가 다르다. 아이들은 한 시간이 넘도록 몸으로 놀아도 지친 기색이 없다. 아빠는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도, 부탁을 다 들어준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니 넌지시 아들들이 이야기를 한다.


[아빠, 우리 유튜브 보면 안 돼?]



결국 유튜브를 틀어주었다. 보여주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굴복한 것이다. 아들들과 오전엔 함께 놀았지만 매 순간을 같이 놀 순 없다. 지루해하기도 하고 둘이서 다투기도 한다. 무엇보다 두 아들들은 말이 너어무 많다. 그냥도 아니고 너어무 많아서 내 혼이 나갈 거 같았다. 티비는 보여주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지만, 아들들의 달콤한 속삭임에 TV를 틀어 준 것이다.


아내가 돌아오고 나서 티비를 껐다. 엄마가 와도 노는 것은 특별한 게 없지만, 아내가 오고 나서 얼마나 안심이 되었는지 모른다. 나도 모르게 아이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 미주알고주알 쫑알거렸다.


[오빠. 오빠가 일 마치고 와서 내가 계속 말한 이유를 이제는 알 거 같지?]


육아를 하면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하다. 나처럼 집돌이인 사람도 대화상대가 필요한데 아내처럼 대문자 E인 사람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집에 온 아내에게 물었다.


[갱이는 어떻게 애 둘을 본 거야?]

[이제 해보니까 알겠어? 애 둘 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오빠가 병원에서 내시경 하는 것과 같아. 나는 엄마니까.]


나는 아내의 말이 와닿기도 했지만 찔리기도 했다. 나는 아빠인데, 아내처럼 아이들을 돌보진 못했으니까. 시간이 지나고 함께하는 시간이 늘면 더 익숙해지겠지만 육아도 일을 배우는 것과 같다. 능숙해지고 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엄마의 헌신이 필요했다. 아이들이 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많이 놀아줘서가 아니라 아내가 두 아이들에게 아빠의 소중함을 이야기해 주어서다.


[아빠 오셨다. 인사해야지.]

[자기 전에 아빠한테 인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아빠 안아드려야지.]

[아빠한테 소리 지르면 돼 안돼?]

[아빠가 과자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야지.]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아내 운은 참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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