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그렇게 꽃길만 걷게 해 준다며 노래를 부르더만

이제는 말을 해야 노래를 한번 틀어주는 게 전부야?

by 돌돌이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아내가 운전을 하고 있었고 으레 하듯이 노래를 틀었다. 임창정의 ‘소주 한 잔’을 틀고 이현우의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를 다음 곡으로 틀자 아내가 한마디 한다.


[예전에는 달달한 노래를 듣고 불러 주더만, 지금은 ‘좋니’, ‘소주 한 잔’ 이런 거밖에 안 틀어줘.]


그 말에 부랴부랴 데이 브레이크의 ‘꽃길만 걷게 해 줄 게’를 틀었다. 아내는 그 노래가 나오자마자 한마디 한다.


[예전에는 그렇게 꽃길만 걷게 해 준다며 노래를 부르더만, 이제는 말을 해야 노래를 한번 틀어주는 게 전부야?]


지금 상황에선 무얼 하고 어떠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공격(?) 당하기 때문에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달달한 사랑노래 위주로 노래를 선곡을 했다. 아내가 좋아하는 이석훈의 ‘그대를 사랑하는 10가지 이유’를 틀고 달달함을 이야기하다가 나도 모르게 매번 가지고 있던 의문을 이야기한다.


[이 노래 들을 때마다, 막판에 스퍼트를 달리는 거 같아. 2절까지 여섯 가지 이야기하고 클라이맥스 구간에서 부랴부랴 네 가지를 채우잖아. 열개 채우기 빡센가봐.]


[얼마나 사랑하면 열 가지를 다 이야기하겠어. 연애 때는 그렇게 달달하게 이야기하고 기분 좋은 노래를 불러주더니, 지금은 열개 채우기 힘들다는 이야기만 하네. 그렇게 사랑하는 이유가 없어?]


나는 분명 내 의견을 이야기하고 우스갯소리로 말했지만, 아내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공격이라기 보단 서운함을 표현한 것이지만, 내 입장에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노래를 선곡하다가 한소리를 들었으니까. 이러한 공격을 피하고자 아내가 좋아하는 빅뱅, 하이라이트, 에프티아일랜드의 노래를 틀었다. 공격은 멈췄지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연애 때는 슬픈 노래 보단 달달하고 기분 좋은 사랑노래를 부르고 들었단다. 내 성향은 슬픈 이별 노래와 하드락이 위주인데, 사랑이 시작되는 시기는 그러한 성향도 이겨 내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지금의 아내를 사랑하지 않거나 애정이 식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아내를 더 사랑하고 고마워한다. 당시의 몽글몽글함이 사라진 것일까?


아내가 요즘 드라마를 같이 보자고 이야기했다. 특히 주인공들의 사랑으로 채워지는 그런 따뜻한 드라마. 우리는 이혼숙려캠프를 보고 나 혼자 산다를 본 뒤 모범택시를 같이 본다. 우리 사이에 다른 프로그램은 없었다. 사랑이 사라졌다기 보단, 시작의 애틋함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나는 과거를 추억하면서 살지 않지만, 아내는 당시의 기억과 추억을 토대로 우리 가정을 지켜낸다. 우리의 연애세포를 살리고 서로를 위해서라도 달달한 드라마를 봐야겠다. 그리고 꼭 주의할 점이 있다. 영화가 좋다느니, 배우의 연기가 어색하다느니 하는 내 생각 따윈 이야기하지 않는 것. 그것만 조심하면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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