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쉽지만 가장 어려운 질문
취향을 묻는 가장 기초적이고 쉬운 질문이다.
그렇다기엔 나는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늘 어렵고 힘들게 느껴졌다.
나는 20살 때까지 좋아하는 색이 없었다.
누군가 좋아하는 색이 뭐야?라고 물어보면 그때마다 참 난감하곤 했다. 좋아하는 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 나는 좋아하는 색이 없지? 내 취향이라는 게 없을까라고 오랜 시간 스스로 고민하고 걱정해왔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들으면 나는 그때마다 다른 대답을 하곤 했다. 오늘따라 눈에 띄는 빨간색, 언니가 좋아하던 핑크색, 날씨가 좋아 보이니 하늘색. 그러면서도 늘 마음속에는 나만을 위한 하나의 색이 없다는 어린 시절엔 참 슬프게 느껴졌다.
그러다 어느 날 친구와 쇼핑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파우치에 꽂혀버린 적이 있었다. 꽃의 이파리같이 예쁜 녹색을 가진 파우치였다. 그날 꽂혀버린 녹색에 나는 유레카를 속으로 외치며,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색을 발견했구나 하고 꽤나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나도 드디어 취향을 발견했구나! 나도 좋아하는 색이 있었구나 하고 참 좋아했다.
어렵게 찾았던 내 취향이었기에, 그 취향을 유지하고자 나는 많은 노력을 했다. 어디서든 초록만 보이면 달려가 집어 들곤 했는데, 그때마다 지인들은 내게 "넌 초록색을 참 좋아하는구나"라고 인정해 줄 정도였다. 그렇게 꽤 오래 초록을 찾아 쫓아다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가끔은 다른 색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끔은 빨간색이 예뻐 보이기도 했고, 보라색이 눈에 아른거리는 날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럴때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색은 초록이야!" 하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초록을 좋아해서인가, 초록을 좋아하기 위함인가
오랫동안 찾아 헤매다 발견한 '내가 좋아하는 색'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였을까. 내가 좋아하는 색은 초록 하나여야 하고, 나는 하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해 라는 생각에 초록 강박증이 생긴 것 같았다. 이런 강박증은 순간의 감상들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도록 나를 방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내 취향을 하나로 단정 짓기 보다, 여러 취향을 모아보려 노력하고 있다. 사람은 늘 새로운 것을 접하면서 감상도 생각도 변하기 마련이다. 변하는 과정 속에서 많은 걸 경험하고 배우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그 자리에 멈춰있으려고만 하지 말아야겠다고 느꼈다. 변하면 변하는 대로 변한 나를 나대로 받아들여야지.
순간 느낀 좋아하는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자, 그때그때 내 눈에 새겨진 색들을 하나하나 모아 팔레트를 완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초록이 싫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초록을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그만큼 요즘엔 민트색과 보라색이 참 좋아졌다. 내 팔레트에 조금 더 많은 색들이 모여 알록달록 해지길 기대한다. 알록달록해진 팔레트만큼 내가 바라보는 세상도 알록달록 해지길.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오늘의 나에게 어떤 색을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면,
'오늘은 하늘에 노을이 예쁘게 져서 주황과 핑크를 좋아해요'라고 답하지 않을까.
여러분은 지금 좋아하는 색이 있나요?
지금 여러분의 앞에는 어떤 색이 당신의 발견을 기다리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