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전투기의 약점을 연구하기 위해 전투에서 손상된 전투기를 가져와 분석을 했다.
그 결과 대부분이 날개와 꼬리 부분이 파손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날개와 꼬리 부분을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날개와 꼬리가 파손된 전투기는 살아서 샘플이 되었지만 다른 곳이 손상돼 추락한 전투기는 샘플조차 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이처럼 성공한 샘플만 분석하는 오류를 "생존자 편향"이라 부른다.
이러한 편향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이른바 "라때는 말이야" 꼰대들의 외침으로 가득한 자기 계발서다.
대표적인 예시로 "내가 해봐서 아는데"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것들은 노력이 부족하다." 등이 있다. 특히 사회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버릇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반드시 그 원인이 본인의 노력에 있다고 주장을 하며 성공적인 예시를 던진다. 무수히 많은 실패사례와 잘 알려지지 않은 얻어걸리는 행운의 예시는 제외하고 말이다.
이를테면 "이렇게만 공부하면 서울대를 간다." "돈 100만 원으로 1억 만들기." "부자가 되는 습관" "100일 만의 영어 정복" "야 너도 할 수 있어" 등등 혹하는 사례로 일반 대중을 유혹하고 본인만의 스킬을 따라 하기를 권한다. 마치 지금 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이 잘못된 인생이라도 되는 것처럼 왠지 모를 죄책감을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을 우러러보고 그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듣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렇지 못한 듣보잡이 나와서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은 경향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가령 bts가 나와서 광고하는 안마의자는 왠지 모를 신뢰감을 주지만, 얼굴도 모르는 일반인이 아무리 전문용어로 성능을 떠들어 대봤자 관심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bts처럼 빌보드 1위를 하려면 그들이 받았던 트레이닝과 똑같이 받고 같은 회사에서 아이돌을 준비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손흥민의 받았던 트레이닝 코스대로 같은 식단 같은 운동을 체계적으로 받으면 그와 같이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을까? 벤치마킹하는 것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언정 실제로는 그렇게 되기가 어렵다. 이는 마치 백종원 아저씨의 레시피대로 찌개를 끓였지만, 똑같은 맛이 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같은 재료 같은 양 같은 소스를 사용한다고 해서 눈에 보이지 않은 노하우와 테크닉까지는 따라 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bts보다 가창력이 더 뛰어난 가수도 있고, 손흥민보다 더 운동신경이 좋은 선수도 있다. 그리고 백종원 셰프보다 더 뛰어난 셰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름 모를 그들은 성공이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그들은 대체 뭐가 부족해서 세상에 이름을 떨치지 못한 것일까?
에디슨이 했던 말 중에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그들은 99%는 있었는데 그 고작 1%의 행운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 때 장영실 말고 왜 기억나는 과학자가 없을까? 그가 10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천재라 그럴까? 아니면 있었는데 신분이 미천해서 벼슬길에 오르지 못했던 것일까?
조선시대 이름 있는 사대부들은 어김없이 집안에 몸종과 노비를 거느리고 있었다. 심지어 벼슬길에 욕심 없이 학문에만 정진한 이황과 같은 선비도 몸종이 50여 명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러할 진데 먹고사니즘에 지친 평민이 과거에 응시나 할 수 있었을까?
어떤 부모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는지부터 외모 환경 교육 수준 인맥 부의 혜택 인생 경험 미래의 유산까지 이미 결정이 되어 나오는데 성공이 운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가 있을까?
심지어 국가와 나라의 성공마저도 지리적인 입지의 행운에 영향을 받는다. 4대 문명의 발상지에 큰 강이 있어서 일찌감치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도, 로마와 중국이 세계의 중심에 있었던 이유도, 지금의 미국이 최강인 이유도 넓은 경작지와 무역을 할 수 있는 큰 강과 바다를 끼고 있어서 있지 않은가?
시험공부를 할 때도 누군가는 책상에 엎드려 잠만 자는 것 같은데 점수가 잘만 나오는 학생이 있는 반면, 죽어라 하는데도 기대했던 점수가 나오지 않은 학생이 있다. 나 역시도 후자에 가까워 놀고먹는데 점수 잘 나오는 애들을 부러워했다. 그러다가 나는 타고난 유전자가 별로인가?라는 결론에 도달하자 우울함과 무력감이 밀려왔다. 내가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친구 놈보다 덜자고 더깨 워 있고 더 문제집도 많이 풀었으니까. 그 친구는 누구보다 빨리 외우는 "운"을 타고났을 뿐이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사회에서는 능력자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너희들이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특히 부모세대가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해서 이만큼 우리나라가 사는 게 아니냐고 나무란다. 물론 맞는 말이다. 앞선 세대가 더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을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끝까지 말을 안 한 진실이 있다. 그때는 지금과 같이 이율이 낮지도 않았으며, 계약직이라는 단어도 없었고, 아파트 대출도 훨씬 쉬었고, 한 회사에 충성해도 정년이 보장되었다는 것이다.
성공이 운이라면 무력감과 허무함이 밀려온다. 그렇다고 노력이라고 하기엔 성공한 자들의 오만함도 역시 밀려온다.
결국 시대+능력+유전+노력+ 타이밍이 만나야 성공이 되는 것이라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는 무엇일까?
애석하지만 그놈의 "노오오오력~" 밖에 없다.
주사위에서 3이 나오려면 어떡해야 할까? 3이 나올 때까지 던지면 된다. 확률은 1/6이지만 실제로 던졌을 때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만약 던져서 3이 나온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운이라고 부를까? 아니면 확률이라고 부를까? 만약 3이 나오면 10억을 준다고 하면 그것은 운일까? 확률일까?
인생은 주사위의 숫자처럼 한 번 던져도 3이 나올 수도 있고 10번을 던져도 안나 올 수 있다. 한 번에 3이 나온 사람은 성공을 빨리하겠지만 그다음에도 똑같이 3이 나오라는 법은 없다. 마찬가지로 10번 실패한 사람이 11번째는 성공할 수도 있다.
그렇다. 결론은 성공은 모른다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을 그렇게 부러워할 필요도 없고, 그렇지 못한 사람을 못나게 볼 필요가 없다.
드라마 미생에서는 성공은 어느 순간 자기가 가치를 부여할 때 그때 진정한 성공이라고 한다.
난 그래서
오늘도 로또를 사러 간다...
매주 사는 나의 열정과 노력이 언젠가는 운과 만날 거라 믿기 때문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주사위가 부서지게 던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