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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by 제이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당연히 밥 먹고 살아야지. 아니 밥도 먹고 고기도 먹고 술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밥을 먹었는데도 심지어 맛있게 좋다는 거 잘 챙겨 먹고사는 지금 살아도 사는 것 같지가 않다. 공허한 텅 빈 마음이 비 오거나 잠이 안 오거나, 운전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밀려온다. 아쉬움과 미련 이런 종류의 감정이 아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고, 언어로는 옮길 수 없는 알 수 없는 그런 감정. 마구니가 꼈다는 말이 바로 이 말인가? 이런 걸 번뇌라고 하나? 하지만 그런 어려운 말은 와닿지가 않는다.


누구든 날 괴롭히는 사람도 없고, 신경 쓰게 짜증 나게 하는 인간들은 주위에 하나도 없는 듯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날들이 반복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원래 사는 게 이런 것일까? 인생은 원래 이렇다는 말은 복잡한 문제에 답을 너무 빨리 내는 것은 아닐까?


가만 생각해보자. 확실히 나는 예전보다 잘 나간다. 하고 싶은 거 생각나는 거 다 하면서 살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사는데, 예전보다 더 큰 성취도 이루었고, 요새 들어서는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듯한데 허전하다.


바이킹은 노인이 돼서 죽는 것을 수치라고 생각한다. 전장에서 자기의 이름을 남기고 장렬히 전사해야지만 그들의 낙원 발할라에 가서 오딘과 에일맥주를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두려워하지 않으니 나침반 하나와 돛단배 하나에 몸을 맡기고, 바닷길이 닿은 어디든 떠날 수가 있다. 그러다 풍랑을 만나거나, 배가 좌초돼도 괜찮다. 발할라가 갈 거니까.


말도 안 되는 미신이라고 그들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게, 실제로 그들은 역사적인 발자취를 이루어 냈다. 바이킹에 영향을 받은 왕조가 한 둘이 아니고, 그들의 향해 술과 도전정신은 신대륙 발견이라는 크나큰 성취를 이루었으니깐 말이다. 가죽을 남기려고 호랑이가 태어나듯이 사람은 이름을 남기려고 태어날까? 그렇게 목표나 큰 성취가 있어야만 사는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호랑이는 그놈의 가죽 때문에 죽고 사람은 그놈의 역사에 이름 한 번 남기려고 죽는 게 아닐까?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한 번뿐인 인생이니까 심장이 뛰고 두근대는 일을 하다가 가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뭘 해도 재미가 없고, 시들하고 금세 질린다. 번아웃도 자주 오고, 자꾸 예전의 과거의 나의 모습과 비교를 하거나 그 시절을 떠오른다. 그때는 뚜벅이에다가 단칸방 원룸에 사는 시절인데 말이다. 나이 먹을수록 재미가 없다면... 왜 사는 것일까?


아직 못해본 것이 남아 있기는 할까? 있다면 예전처럼 설렐 수나 있을까? 아무것도 몰라서 행복할 수 있었던 시절이 그리운 거 같다. 역시 어설프게 아는 게 많으면 불행하다. 알아도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깨달으니까 마냥 덧없다. 뭐든 될 거 같았던 내가 그저 그렇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항상 생각의 끝은 허무함과 냉소로 끝나는 나 자신을 보면, 그렇게 뜨거웠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이 그리운 듯하다. 서툴고 어설펐던 내가 쌓여서 완벽한 내가 될 줄 알았는데, 그냥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밋밋한 돌멩이가 되었다.


기찻길에서 ' 나 돌아갈래! ' 설경구 아저씨의 외침이 이제야 눈물 나게 이해가 된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그때의 나와 또 앞으로는 볼 수 없는 그 시절 너를 두고 사는 지금의 세상이 이제는 슬프지도 설레지도 않다.


사람의 감정도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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