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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있는 게 아니 없는 게나을까?

by 제이티

꿈이라고 하면 잠잘 때 뇌 속에서 떠오르는 이미지와 동영상일까? 역시 꿈이라는 말답게 말도 안 되는 공상과 상상이 눈을 감는 동안 펼쳐진다. 아침에 되면 아 아쉬운 마음과 다행이다라는 마음이 동시에 들면서 깨곤 한다. 자는 동안이라도 꿈을 꿀 수 있어서 어쩌면 똑같은 하루의 권태과 답답함을 견디게 해주는 시원한 탄산수처럼 느껴진다. 꿈이라는 단어는 또한 장래희망이나 직업을 물을 때 쓰인다. 초등학교 제자의 꿈을 조사했는데 독재자, 연예인, 건물주, 재벌 2세, 로또 1등 등등 과연 대단했다. 하지만 그들도 분명히 알고 있다. 말하면서도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말처럼 쉽게 되는 것이 없는 게 인생이듯이 어쩌면 꿈을 얘기하고 논하는 게 얼마나 무의미하고 현타 오는 질문이라는 것을 작금을 현실을 보면 더욱 그런 듯하다. 뉴스에서는 매일 살 기안 좋고 힘들다는 소식만 들려오고, 물가는 오르고 집값은 오르고, 취업은 안되고, 인구는 줄어든다던데 이러한 구조적인 환경에서 꿈을 꾸고 상상한다는 것이 공허하고 사치스러운 일처럼 느껴진다. 그저 하루하루 버티는 게 삶의 목적이라면 반대로 버티려고 태어났는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의 가사처럼 태어난 이유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은 쉽지가 않고, 앞으로의 세상은 더 어렵다고들 한다. 이런 세태에서 꿈 타령 희망 타령하는 게 정치인들의 편 가르기와 선동처럼 들리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나는 아이들에게 수업을 해야 할까?


어떤 사람들은 꿈을 가지면 괜히 실망만 커지고, 어차피 될 놈은 될 것이고,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한 어젠다를 던져서 먹고살기 생존경쟁에도 바쁜 사람들에게 괜히 희망고문을 던지는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물론 그들의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고 소위 말하는 팩트 폭행이다. 축구를 아무리 좋아해도 축구선수를 하기에는 실력이 모자라다. 선수가 되더라도 노력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선천적인 피지컬 괴물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갈망하고 노력하는 자의 열정보다 타고난 자들의 여유가 부러워지는 순간이 온다. 왜냐하면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재능과 열정의 함수관계에서 둘 다 충족하는 사람들은 저 티브이 넘어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들밖에 없으니깐 말이다.


선영이는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한다. 왜냐하면 화려한 그들의 모습이 부럽고 어딜 가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모습이 멋져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원준이는 카사노바가 되고 싶다고 한다. 창유는 독재자가 되고 싶다고 한다. 한 가지 다행인 건 그저 먹고사는 직업이 꿈이 아니라서 다행인듯하다. 세계 정복을 꿈꾸는 창유는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반항하지 못하게 강력한 군주가 되어 훌륭한 법을 만들고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다. 원준이는 여자들이 자신을 무시 못하게 매력적인 남자가 되겠다고 한다. 공통점은 무엇일까? 물론 말도 안 되고 허황된 소리로 들리겠지만, 그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라한 내 모습이 싫어서, 자신을 때리는 친구들이 싫어서, 무시하는 여자들이 싫어서 그들은 원대한 꿈을 설정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원대한 꿈에는 안티팬과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니까짓 게~"로 시작하는 말투는 사기를 꺾고, 기분을 망치게 한다. 물론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라는 메시지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남들은 다른 사람의 꿈을 응원하지 않는다.


세상엔 자기보다 잘 난 사람을 시기하고 깎아 내리면서 행복감을 찾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남들의 꿈을 비웃는 그 자들의 논리의 핵심은 그게 '현실성'이 있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도전을 하지 않는다. 현실적이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금 살고 있는 21세기 '현실'은 과거 누군가의 '꿈'이 아니었을까? 물질적 풍요를 넘어 스마트폰으로 까딱하는 세상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100년 전 조상님이 지금의 세상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아마 말도 안 되는 '기적'이라고 하지 않을까?


원래 꿈은 말이 안 된다.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잡을 수 없고 뇌 속에만 떠도는 게 꿈이다. 막연하고 어떻게 해야 꿈을 이룰 수 있는지 방법도 명확하지가 않다. 그렇기에 좌절하고 실망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때론 허무하고 불안한 게 당연하다. 단순히 먹고 자고 싸는 유전자 기계에 불과하다면 굳이 내가 지금 힘들게 자판을 두드리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고민을 정리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어차피 작가가 될 것도 아니고, 이거 해봤자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10대에는 뮤지컬 배우가 댄서가 되고 싶었다. 나도 선영이처럼 화려한 조명을 꿈꾸고, 사람들이 나를 봐주기를 원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왜 봐주기를 원했을까? 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내 모습이 초라하다고 생각했을까? 비슷한 연유였든 어쨌든 난 그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언저리에 항상 머무는 듯하다.


아직도 춤을 추고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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