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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Jul 20. 2024

겨울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

아이의 이름은 엘리다.


키가 작은 엘리는 항상 기다란 활을 메고 다닌다. 활을 쏘면 세상은 엘리가 가장 사랑하는 겨울로 변해버린다. 그 활은 엄마를 잃고 매일 울던 여덟 살의 엘리에게 언니가 처음으로 만들어준 선물이었다. 몇 년간 엘리는 여름이 올 때마다 화살을 당겼다. 겨울 다음에 봄이 왔지만 이내 겨울이 왔다. 사라진 건 초록뿐만이 아니었다. 사 년 동안 세상은 하나의 계절 없이 돌아갔고 여름 안에 갇혀 살던 모든 것은 여름이 사라짐과 함께 증발했다. 엘리가 열두 살이 되었을 무렵, 언니는 엘리의 화살을 온몸으로 막았다.

그렇게 언니는 겨울이 되었다.


벌써 화살을 장착하지 않은 지 십 년이 다 되어 간다. 이제 엘리는 아이가 아닌 어른이다.


엘리는 언니가 겨울이 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남겼던 문장을 떠올렸다.

“활을 가졌지만, 화살을 장착하지 않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


겨울이 보고 싶은 밤이다. 화살을 장착했는데, 이미 겨울이 와있었다.

겨울이 찾아온 지도 모르고 활을 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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