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의 진심은 당신에게 전해지지 못한 채로 시간은 야속하게도 흘러갔다. 누군가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나는 지금에서야 그 말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됐다.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만나는 관계는 정말 아프다.
한 때 당신에게 용기를 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당신을 내 삶에 있어 스쳐가는 사람으로 단순히 남기고 싶지 않았어요 ‘라고. 함부로 뱉은 것이 아닌 나의 말의 무게를 받아들이고 의미를 부여하는 건 상대의 몫.
그때는 그때의 기억이고 그때의 마음이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이미 그때의 내가 아니다. 그리고 우리도 그때의 우리가 아니다.
인생이란 그런 거라고 했다. 이해하지 못한 상대를 이해해 나가는 것. 내가 그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 모든 거절과 후회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음을 아는 것.
내 마음대로 세상이 굴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에 연연하며 슬퍼하거나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또한 일어나야 할 일이었고, 그것들을 직면하고 풀어내는 과정에서 내가 또 한 번 다시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을 생각하며 지금 내 모습 그대로도 정말 아름다웠다고 추억할 날이 오겠지.
결국 지난날 누군가를, 어느 장소를, 그 기억들을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인 것이다.
오랜만에 언니를 만나서 그동안 하지 못한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작년이나 방학에는 늘 일주일에 꼭 사흘은 봤던 것 같은데. 올 해는 나에게도 사진이라는 다른 하나의 활동이 생기게 되었고, 간호학과인 언니는 병원 실습을 다니느라 잠시 각자의 삶에 집중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러고는 잠깐 만날 때마다 별의별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 냐마는 언니랑은 나이가 가진 힘과 구분 지어지는 관계의 경계가 좀 많이 따뜻하다. 언니는 늘 언니로서 나는 동생으로써, 각자의 역할을 다해주는 덕에 만나면 정말 좋은 자매 같다.
동생이 줄 수 있는 건 늘 한계가 있는데 언니로서의 마음을 다해 동생을 위한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 좀 많이 행복해 보였지. 내가 준 감동은 아니지만, 동생으로써의 역할 덕에 엿듣고 함께 할 수 있음에 그냥 내가 동생다웠던 게 좋았다.
언니도 좋았을 거야 그렇지? 잘 지내다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