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가기 위해
화장을 했다.
이게 뭐라고
내 귀한 시간을 쓰는 걸까?
프랑스 비평가 바르트는 말했다.
화장은 배설물을 버리는 것 말고도,
사형수를 교수대로 데려가기 전 치장하는 일이라고.
그래서, 화장은
옷을 입고 얼굴을 꾸미며
스스로를 제물로 만드는 일이라고.
아닌 것 같다.
분명
나는 그렇지 않다.
폭풍검색하여
미리 가을 옷을 주문하고
아침의 한 시간 같은 10분을
분칠하는 데 쓰며,
전신 거울을 보며
옷태가 나를 충족시키는지 몇 번이고 고심했던 일이
날 제물로 만드는 일이라고?
그 누군가를 위해서?
오직
나를 위해서
했던 고귀한 행사였다.
내 화장은
그들의 위한 선물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을 것이란 호기이다.
내 화장은
그들의 호감에 대한 값이었던 게 아니라,
내 흠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양심이다.
내 화장은
다른 이들과는 전혀, 그 어떤 관계도 없는
내 하루 일과의 첫 몸부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