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맞는 건없다. 나는 내 인생을살아갈 뿐-
영화 소울에서 "A spark isn't a soul's purpose"라는 대사를 들었다. 늘 스파크를 쫓아다니는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나에게는 그 스파크가 '여행'이었으려나? 늘 여행하는 삶을 꿈꿨고 가보지 않은 곳들을 열심히 다니고 싶었던 욕망만이 가득했으니깐.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그 스파크는 늘 여행에서 만날 수 있었으니깐. 그렇지만 영화에서 나오는 어떤 친구는(스포가 될 수 있으니 간단하게만) 하늘을 보고 걸으면서 스파크를 찾아내더라. 주인공은 그 친구를 향해 그런 것들은 삶의 목적이 아냐 그건 스파크가 아닌 그냥 '사는 거'라고 했지만 그 친구에겐 그 '사는 것'이 다였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에겐 그냥 살아가는 것이 스파크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사는 것, 목적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왜 저렇게 살까?라고 생각을 했었다. 왜 저렇게 목적 없이 살까? 왜 도전하는 삶을 살지 않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늘 도전을 하며 살아가는 내 모습이 맞다고 생각했다. 한 번뿐인 내 인생은 늘 도전하는 삶으로 채워질 거라고 생각했고 그게 인생을 제대로 즐기는 삶의 방식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역시 인생에 정답은 없는 법. 여적 그렇게 생각해왔던 나의 사고방식이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완전히 깨졌다. 그리고 그냥 '살아가는' 그 친구의 삶에서 스파크가 터지는 그 순간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냥 살아갈 뿐이야
누가 맞는 건 없다. 그냥 그런 인생도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오히려 그런 인생들이 소소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기가 더 쉽다는 걸 요즘 느끼며 살고 있다. 늘 여행이라는 스파크로 새로운 곳에 나를 데려다 놓아야 심장이 두근거렸던 나는 소소한 일상들 속에서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황홀한 순간을 찾을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열심히 일한 후에 떠난 휴가가 가장 꿀맛 같고 치열하게 보낸 일상 속에서 떠난 여행이 더 달콤하듯이. 매일매일이 여행하는 삶처럼 살아왔던 나는 요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더욱이 스파크를 느끼며 산다. 평범한 일상을 즐기다가 잠깐 떠난 여행에서 느낀 상쾌함 그리고 커피 한잔의 여유 그리고 책 속의 한 줄을 읽으며 느끼는 그 찰나의 순간들, 그런 소소한 순간들 속에서-
누군가 그랬다. 나같이 자유로운 인생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자유로움을 선사해 주는 것이 바로 여행이라고. 아마 그래서 내가 매일을 떠나는 삶을 꿈꿨던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여행이야말로 역시나 한정적인 자유로움이 아닐런지. 가보고 싶었던 곳을 다 가봤을 때는 그때의 나는 어떤 자유를 꿈꿔야 하는지. 그리고 문득 냉장고에 쌓여가는 마그넷을 바라보며 허무함을 느꼈던 그날이 생각이 났다. 마치 여행 중독처럼 나는 벽돌 깨트리기 마냥 가본 나라들을 클리어하면서 살아왔던 내가 여행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었던 그날이.
나는 아직도 여행이 좋다. 지금도 가보지 않은 곳들이 참 많고 죽기 전까진 꼭 다 가보리라고 꿈을 꾸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앞으로 냉장고에 붙어있는 마그넷들을 모으며 여행지를 클리어하는 느낌으로 여행을 하고 싶지 않다. 새로운 자극을 쫓아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기에 급급했던 나는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채워줄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잊고 살았던 건 아니었던 건지- 내가 진정으로 행복하고 자유를 느끼는 것이 무언지 그것부터 찾았어야 하는 게 아니었던지. 뒤바꾼 삶의 순서 속에서 나는 살짝 방황 아닌 방황을 하고 있지만 순서가 뭐가 중요한가! 지금이라도 깨달았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래서 나는 영화 속에서 그냥 '살아가는' 그 친구의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도전적이지 않아도 괜찮아. 나름 심심한 인생이어도 괜찮아. 그냥 살다 보면 언젠가 내 안에 나를 일깨워줄 무언가가 생기겠지. 그럼 그때부터 열심히 살아도 괜찮을 거니깐.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라는 의심은 매일매일 들지만 사실 누가 맞는 건 없다. 나는 내 인생을 살아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