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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내 Apr 30. 2020

일본 덕후의 일본 생활 도전기! 호텔 인턴쉽의 시작  

일본 덕후시절에서 일본 인턴쉽 수료자가 되기까지..


나는 중학생 때 처음 일본 문화에 입문을 했다. 내 옆에 앉은 친구가 일본 연예인에 빠져있는 흔히 말하는 '덕후' ( 그 당시엔 덕후라는 말은 없었지만..)였다. 하루는 엠피쓰리를 안 가져와서 그 친구한테 엠피쓰리를 빌려서 노래를 들으려는데 아는 노래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돌려서 나오는 노래를 들었다. 그때 처음 들은 곡이 나카시마 미카 언니의 '雪の花, 유키노하나'라는 노래였다. 지금은 박효신이 리메이크해서 '미안하다 사랑하다'의 주제곡인 '눈의 꽃'으로 잘 알려진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미카 언니의 그 몽환적인 음색에 꽂히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덕질은 시작되었다. 고등학교 들어가고부터 일본을 좋아한다는 친구를 따라서 일본 드라마며 영화며 이것저것 열심히 보기 시작했는데 나는 일본 영화를 특히 좋아했다. 일본 영화의 입문은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한국인들이 참 좋아하는 영화로 시작을 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일본 대표 영화 두 작품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러브레터'.

일본 영화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다 한 번씩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일본 영화 두 편을 보고 마음이 찡-했고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봤다. 특히 러브레터는 정말 많이 좋아했는데 패러디가 많았던 그 '오겡끼데스까!'의 한 장면은 지금 봐도 참 뭉클하다.



그렇게 일본 덕후로 나날이 성장해 갔다. 그러면서 조금씩 일본어도 같이 공부하게 되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일본어 관련 학과를 가고 싶었으나 어문계열은 나중에 졸업하면 할 게 없다는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관광학과에 진학을 했다. 다행히 관광계열에선 외국어를 중시하는 학과여서 외국어 관련 수업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주저 없이 내가 좋아하는 일본어 수업만 잔뜩 신청했다.


그리고 나의 첫 일본어 수업시간, 교수님께서 우리 학과의 일본 호텔 인턴쉽 얘기를 하셨다. 지금 열심히 공부하면 내년에 일본 인턴쉽에 지원할 수 있다고 가볍게 흘려서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나는 그 말이 내 귀에 쿵하고 박혔다.
일본에 갈 수 있다고? 일본어 첫 수업 내내 교수님의 그 말이 귀에 꽂혀서 사라지지 않고 내 주변을 웅웅 맴돌았다.
정말 너무 가고 싶었다. 내가 드라마 영화 속에서 보던 그곳을 직접 가보고 싶었다. 나는 그때부터 일본어 공부에 빠졌다. 역시 무엇보다 계기가 있어야지 열심히 하게 되는 법이다. 예전에는 공강 때마다 카페 가서 수다 떠는 게 다였는데 그때부터 나는 시간 날 때마다 도서관으로 갔다. 그리고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매일 일본어 책을 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해서 일본어 능력시험 일본어 자격증 2급을 취득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창피한 점수로 붙었지만 일단 붙었다는 게 중요하지 암- 조금 부족한 점수였지만 내가 맘먹고 무엇을 열심히 하면 해낼 수 있구나! 하며 처음으로 쾌거를 느꼈던 날이었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일본행이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2학년 2학기에 일본 인턴쉽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다.



먼저 인턴쉽을 지원하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먼저 자필로 자기소개서를 준비해야 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은 글씨를 참 중요하게 생각을 한다. 글씨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 보인다나 뭐라나- 그래서 일본 인턴쉽의 이력서 그리고 자기소개서는 자필로 써야 했다. 한글도 삐뚤빼뚤하게 쓰는 내가 일본어로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고...? 머리가 띵 했지만 열심히 일본어 공부를 해서 드디어 일본으로 갈 수 있는 기회인데 그냥 날려버릴 수가 없었다. 한자 쓰는 법 책을 사서 열심히 한자를 따라 쓰고 매일 열심히 글씨 연습을 했다. 쓰고 쓰고 또 쓰고 마치 학창 시절 빽빽이 하듯이 계속 써댔다.


다음으로는 일본어 면접 준비를 해야 했다. 사실 면접이라는 거 자체가 처음이어서 뭐를 준비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왔다. 그래서 정말 딸랑 일본어 자기소개만 준비해 갔다.  그 당시엔 면접 스터디 이런 게 없었었나? 지금 생각해 보면 생각이 없었던 건지 그냥 멋모르는 패기였던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일단 묻는 말에 나 대답만 잘하자!라는 식이었다. 면접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일본어를 언제부터 공부했냐 일본에 왜 가고 싶으냐 식의 질문들이었다. 정말 내 작전대로 묻는 말에만 대답을 했던 것 같다. '잘'했던 것 같지는 않고.. 그래서 당시 면접에서 무슨 말을 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건 딱 하나, 마지막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했는데 그때 정말 딱 한마디를 했다.


"정말 일본에 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가고 싶습니다! 를 마지막으로 면접을 마친 뒤, 나는 합격 통보를 받았다. 오-예!


내가 가게 될 호텔이 위치한 곳은 '홋카이도, 후라노' 라는 곳이었다.

홋카이도? 후라노? 후라노는 어딘지 잘 몰랐지만 홋카이도는 아주 잘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그 '러브레터'의 그 곳이 바로 홋카이도 였다. 영화에서만 보던 하얀눈이 뒤덮혀 있는 그 곳, 그 곳에 내가 가는 구나!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서 잠을 설칠 정도였다.

일본 가기 전 하루에도 몇 번씩 후라노라는 곳을 찾아봤다. 그 당시에는 홋카이도 하면 스키, 눈축제 정도가 다였기에 많은 정보는 없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그 후라노라는 곳이- 분명 러브레터에 나온 그곳처럼 멋있는 곳일 거야! 하면서 매일매일 일본에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2010년 2월, 여권에 반짝반짝 빛나는 일본 인턴쉽 비자를 받고 겨울왕국 홋카이도로 향했다. 내가 처음으로 들었던 미카 언니의 눈의 꽃을 들으며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이륙하면서 눈을 감으면서 이 노래를 들으니 하얀 설경이 이미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 '러브레터'의 그곳이 바로 홋카이도였다. 영화에서만 보던 하얀 눈이 뒤덮여 있는 그곳, 그곳에 내가 가는구나!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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