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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내 Apr 30. 2020

첫 일본 라이프는 겨울왕국 홋카이도 후라노로!

나의 일본 생활이 처음 시작되다!

그렇게 2010년 2월 홋카이도에 처음 발을 들였다. 정말 무지하게 춥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추웠다. 지금은 한국도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한국의 겨울이나 홋카이도나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내가 갔던 그 시절엔 이런 추위는 정말 처음 느껴보는 무지막지하게 추운 겨울이었다. 삿포로에서 내가 지내게 될 후라노까지는 차를 타고 이동했다. 찻길 양옆으로는 꼬마가 걸어 다니면 바로 덮쳐버릴 수도 있을법한 정도의 수북한 눈이 가득했다. 정말 내가 좋아하던 '러브레터'에 나온 그 하얀 풍경 그 거리 그대로였다. 눈 덮인 홋카이도는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예뻤다. 차를 타고 한두 시간 반즈음을 달려서 후라노에 도착했는데 후라노에 도착할 때까지 창밖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렇게 하얀 눈길을 달리고 달려 후라노에 도착했다.


후라노는 홋카이도의 한가운데 딱 중간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그래서 홋카이도의 배꼽이라 불리어서 へそ(헤소, 일본어로 배꼽이라는 뜻)라고 불리는 후라노, 굉장히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마을이었다.


호텔은 눈 덮인 작은 마을을 가로질러 언덕 위에  위치한 곳이었다. 에메랄드 지붕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에메랄드 색깔은 후라노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함께 온 친구가 지내게 될 2층 방으로 이민가방을 낑낑 거리며 가지고 올라왔다. 창밖을 여니 주황 지붕의 건물이 보이고 그 너머로 눈 덮인 후라노 시내가 보였다. 후라노의 겨울은 항상  눈이 왔지만 하늘은 늘 맑았다. 내가 처음 왔던 그날도 눈이 잔뜩 쌓여있었지만 하늘은 정말 맑았다. 눈이 한가득 쌓인 아주 추운 겨울이었지만 파아란 하늘 덕분인지 굉장히 따듯하게 느껴졌다.




홋카이도의 겨울은 굉장히 추웠다. 정말이지 많이 추웠다. 추운 것에 젬병인 내가 영하 20도나 되는 그 추위를 어찌 견뎠는지 참 의문이지만 나는 그 추위에도 자주 밖으로 나갔다. 그 당시에 히트텍 같은 건 없었기에 그냥 많이 껴입는 게 최고였다. 그래서 입고 입고 또 입고해서 한창 겨울일 때는 정말 몇 겹씩 껴입어서 곰처럼 뒤뚱뒤뚱 걸어 다니곤 했다. 후라노 시내는 굉장히 작아서 작정하고 돌아다니면 하루 만에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언덕 위에 있는 호텔을 지나면 편의점 그 편의점을 지나 내려가면 빠찡코 그리고 골목으로 돌면 후라노에서 제일 큰 서점. 쉬는 날만 되면 항상 걷는 그 길을 걸었다. 바람이 불면 훌훌 날리는 눈을 꾸욱 눌러서 밟으면 뽀드득 소리가 났는데 그 소리를 들으며 걷는 게 좋았다.


눈 밟는 소리는 참 좋았지만 까마귀 소리는 참 싫었다. 일본 와서 제일 싫었던 점을 말해 보자면 요 쉴 새 없이 기분 나쁘게 울어대는 까마귀였다. 한국에서는 아침마다 기분 좋은 까치소리에 잠을 깨는데 일본에서는 까마귀들이 나를 깨웠다. 내가 좋아하는 그 눈길을 걸을 때도 까마귀들은 기분 나쁘게 깍깍 대며 울었다. 한국에서는 흉조인 까마귀가 일본에서는 길조라는데- 기분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그냥 기분이 나빴다. 고정관념이라는 게 참 무섭다. 사람의 인식이란 그렇게 금방 바뀌는 게 아니더라. 나에게 까마귀는 여전히 기분 나쁜 새다.


그 기분 나쁜 까마귀만 뺀다면 나는 99% 이 마을이 좋았다. (1%는 까마귀가 깎아먹었다.) 그 눈 덮인 마을을 걷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러브레터의 이츠키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혼자 여행할 때도 늘 느끼는 감정이지만 항상 혼자 낯선 곳을 걷고 있노라면 내가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아는 사람은 나뿐이니까 괜찮다. 혼자 콧노래를 흥얼거려도 좋고 아무데서나 털석 주저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봐도 좋다. 이때 나는 혼자 여행하는 즐거움을 처음 느꼈으리라- 그래서 아직까지 나는 혼자 여행을 좋아하는 혼여족으로 남았나 보다.


 



그리고 내가 지내는 호텔 바로 앞에는 스키장이 하나 있었다. 스키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여기 후라노 스키장의 눈은 '파우더 눈'이라고 불린다고 했는데 그만큼 눈이 파우더처럼 곱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다. 정말 후라노의 눈은 파우더처럼 보드라웠다. 바람이 불면 가루처럼 펄펄 날렸고 눈밭에서 넘어져도 눈이 푹신해서 아프지 않았다. 한국의 스키장에서는 인공눈을 많이 써서 스키 타다 넘어지면 굉장히 아팠었는데 여기서는 푹신한 눈에 폭 안기는 느낌이었다. (물론 여기서도 세게 넘어지면 아프긴 하다..)

여기 후라노의 스키장은 4월까지 개장을 했다. 정말 4월까지 눈이 내렸다. 일이 끝나면 나이트 스키를 타거나 쉬는 날엔 호텔에서 렌털을 싸게 해서 스키를 타러 자주 나가 곤 했다. 스키를 타면서 눈밭에서 하루 종일 구르고 호텔로 들어와 온천물에 몸을 푹 담그면 참 기분이 좋았다. 일본 사람들이 자주 말하는 그 '気持ちいい,키모찌이이-(일본어로 기분좋다!라는 뜻)'가 정말 여기서 나오는구나 싶었다. 그 추운 눈밭에서 꽁꽁 얼어 있던 몸을 온천물에서 푹 녹였던 그 순간은 정말 키모찌이이-였다.



홋카이도의 사투리 중에 'しばれる,시바레루'라는 말이 있다. 내가 홋카이도에 와서 처음 배운 사투리였다. 홋카이도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아플 정도로 춥다! 는 말을 할 때 '시바레루'라고 한다고 한다. 내가 처음 왔던 2월에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시바레루'라는 말을 연발을 했다. 처음엔 발음이 우리나라말로 생각하면 살짝 상스러워서 여기 사람들이 이 말을 연발할 때마다 웃음이 나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 나도 밖에만 나갔다 오면 이 말이 자동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しばれますね! 시바레마스네!!!!
(엄청나게 춥군요)


정말 나와 홋카이도의 첫 만남은 그랬다. 정말 '시바레루'할 정도로 추웠지만 이상하게 차갑진 않았다. 오히려 따뜻했다.  춥지만 마음은 따뜻해-라는 뜻의 홋카이도 사투리는 없었을까? 아플 정도로 추운 추위였지만 나는 참 따뜻했다고 홋카이도말로 말해줄 수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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