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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각본: 봉준호, 한진원 / 윤색: 김대환

by 쥬링

윤색(潤色, dramatization / polishing / embellishment)

: 원작이 있는 콘텐츠(예: 소설, 실화, 기사 등)를 영화 각본으로 옮길 때 내용을 각색하면서 극적으로 더 효과 있게 다듬는 과정

→ 원작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되,

→ 영화적 긴장감, 리듬, 인물 감정선 등을 살리기 위해

→ 장면을 추가하거나 삭제·압축·재구성하는 창작적 행위입니다.


메타포(Metaphor, 은유): 어떤 사물이나 개념을 그것과 직접 관련이 없는 다른 사물이나 개념에 빗대어 표현하는 방식

계층 메타포: 사회적 ‘계층(높고 낮음)’을 물리적, 시각적, 서사적 요소로 은유한 것을 의미.

즉, 인물의 위치, 공간, 동선, 조명, 언어, 움직임 등을 통해 그들의 계급, 빈부, 권력 관계를 시청자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장치.


기생충의 계층 메타포

1. 공간의 수직 구조

반지하 → 고지대 저택 → 지하실
→ 가족의 위치와 이동 방향이 곧 사회적 계층 구조를 은유합니다.
→ 올라가면 부유층, 내려가면 하층민. 그 사이의 ‘통로’가 사다리(계단)입니다.


2. 계단과 오르내림

영화 내내 계단이 주요 이동 경로로 등장합니다.

부잣집에 갈 때마다 계단을 ‘오르고’,

도망칠 땐 비에 젖으며 ‘끝없이 내려가죠’.
→ 신분 상승의 헛된 시도와 현실적 추락을 모두 표현하는 장치입니다.


3. 비와 침수

부잣집은 고지대에 있어 아무 영향 없음.

반면 기우네 집은 비가 오자 하수구처럼 침수됨.
→ 자연현상 하나조차도 계층 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메타포가 됩니다.



Opening Image 오프닝 이미지 (1:00)

반지하 집안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 창문 앞 천장에는 식구가 많은 듯한 양말걸이가 걸려있다. 와이파이 연결에 실패하는 기우. 함께 안타까워하는 기정과 안방에서 수세미를 뜨는 충숙, 누워 있는 기택이 차례로 보인다.

충숙 핸드폰도 다 끊기고, 와이파이도 다 끊기고, 씨발 계획이 뭐야?

-

피자시대: 가족 모두가 직업이 없는 것을 보여줌

가난, 불안정한 삶, 계층 아래 위치


Theme Stated 주제 명시 (7:00/8:30) *주제 또는 메시지 암시(보통 대사로)

수석과 민혁의 등장

민혁 특히 이 돌은 가정의 많은 재물운과 합격운을 가지고 온다고 해서..

기우 (수석을 들고) 민혁아, 야 이거 진짜 상징적인 거네.

-

민혁이 기우에게 다혜 과외 선생님을 해줄 것을 부탁한다. 대학생이 아닌 기우는 망설이지만 구라를 좀 치면 된다는 민혁. 기우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 민혁의 제안은 가짜 신분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social ladder의 환상

*위조 문서, 위장 면접 등은 ‘가짜 신분’을 통해 계층을 넘보는 시도

*사다리는 곧 계층 상승의 은유 / 영화에서 이 사다리는 존재는 하지만, 정상적인 경로로는 올라가기 어렵고, 가짜 신분으로 올라가도 결국 붕괴된다는 점을 드러냄

+계단이라는 시작적 모티프도 일종의 사다리의 상징


Set-Up 설정 (~11:30) *주인공, 세계관, 문제 상황 소개

네 가족 모두 백수이며 가난한 가정(반지하)인 기우가 친구의 부탁으로 부잣집 과외 선생님 면접에 간다.

기택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Catalyst 기폭제 (20:00) *주인공에게 변화의 계기 발생

기우는 연교가 보는 앞에서 참관 수업을 마치고(다혜의 손목을 갑자기 잡았다) 다혜의 과외 선생 잡을 얻는다. 과외 후 거실에서 얘기중에 다송 등장. "상징적"인 다송의 자화상을 본 뒤 현관으로 나가는 두 사람.

-

컵스카우트 인디언 키워드 등장

기우 실전은 기세야. 기세


Debate 토론 (24:00) *주인공의 갈등, 망설임

Debate의 핵심 기능은:

주인공이 변화된 세계(이 경우 상류사회 진입의 초입)에서 행동을 취할지 말지를 갈등하거나,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확장할지를 망설이는 내적 충돌이 나타나는 구간이어야 합니다.


집 마당에서 현관문으로 향하는 계단. 미술 과외 얘기를 꺼낸 연교의 말을 듣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기우. 기우가 기정을 “제시카”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 가족을 더 끌어올리자 는 내면적 선택의 순간


+ 기정의 침투를 결심하기 전 망설임 → 침투 실행까지 확장하는 것도 가능.

(나의 경우, 기우와 다혜의 키스 장면을 분류했으나 이것은 감정선 중심 해석으로는 가능하지만 전체 구조에서 debate 기능과 비교하면 약한 면이 있음.)


Break into Two 2막 진입 * 주인공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본격적으로 2막에 진입합니다. 이야기의 중심축이 되는 ‘새로운 세계’로 이동하는 전환점입니다.

? 근데 이 경우는 주인공을 기우로 잡아야하는지, 기우 가족으로 잡아야 하는지

스키조프레니아존? 제시카와 연교가 다송 과외 후 대화하는 장면에서 연교가 제시카에게 의지하게 됨.


B Story *B 스토리는 감정적 중심축, 주제 또는 주인공의 내면 변화를 돕는 보조 플롯(조력자 등장)을 의미.

동익과 윤기사의 등장. 윤기사가 제시카에게 찝쩍대다가 제시카가 윤기사 일자리를 넘봄.

기사식당 가족 단체 식사에서 작업 개시를 알림

기우 아버지, 아 진짜 여기 상징적이다.


「기생충」의 경우, 기택의 성장보다는 가족 전체의 계층 이동 욕망이 중심 테마이기 때문에, 감정선보다는 계급 간 긴장과 위선 구조가 B 스토리로 기능합니다.

→ 제안:

문광(가정부)과의 대치, 그리고 지하실 세계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기존 질서와 충돌하는 구간(즉, 문광의 재등장)을 B스토리의 본격 발동 지점으로 보아도 좋습니다.


Fun and Games (30-55) *영화의 컨셉을 보여주는 장면들

기택 가족이 의도적으로 집에 잡을 구하며 직원으로서 집의 구성원이 되어감. (흥미로운 상황: 가정부 문광을 내쫓기 위한 프로젝트) 모두가 집안에 한 파트씩 맡음.

경쾌한 드럼 소리와 함께 동익이 차에서 속옷을 발견하는 것으로 장면 전환

-연교가 윤기사 얘기를 꺼냈다. 기정 자연스럽게 김기사(기택)를 추천한다.

-기택과 기우, 벤츠 전시장에서 차를 구경하는척 최신 기종을 공부한다.

-기택의 테스트 주행. 머그컵으로 보이는 동익의 성향.

문광을 도려내기 위해 피자시대에서 대화를 하는 충숙, 기우, 기정 (피자 핫소스 클로즈업)

-복숭아 먹고 싶다는 다혜에게 힌트를 얻음

-활동성 결핵 판정을 기택이 연교에게 흘림

→ 계급 침투극 본격 전개. 유머와 아이러니가 가장 많은 시점.


Midpoint (55) 와 55분에 진짜 기깔나게 바뀌네 이야기가 도랏 : 이야기 중심의 전환점입니다.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며, 좋든 나쁘든 큰 변화가 생깁니다. 종종 시간적 압박이나 반전이 등장합니다.

다송의 생일 기념으로 다송가족은 캠핑을 떠나고, 기우 일가족이 집을 온전히 차지하게 됨.

→ 영화의 분위기와 권력 구도가 완전히 뒤바뀌는 지점이며, 가짜 승리처럼 보이는 순간이죠.
하지만 동시에 긴장(폭풍 전야)이 함께 도래하기에 전환점으로 적절합니다.


10. Bad Guys Close In (55-75) 주인공의 외적/내적 위협이 점점 강해지며 상황이 어두워집니다. 반격하려 하지만 주도권을 점점 잃습니다.

문광이 찾아오며 상황 전환. 지하실에 벙커가 있는 것을 알게 됨. 문광의 남편도.

→ 특히 지하실의 존재 = 계층 구조의 심화를 상징하며, 주인공들의 허상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11. All Is Lost (75) 진짜 정확히 75분째네 : 모든 것이 실패한 듯 보이는 순간입니다. 주인공이 가장 깊은 절망에 빠지며, 누군가 죽거나 상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하실 상황을 지켜보던 기택과 기우, 기정이 계단 아래로 와르르 쏟아지면서 이들이 가족임이 발각됨.

→ 그들의 ‘가족임’이 드러나는 순간, 위장된 정체성도, 상승하려던 욕망도 와르르 무너집니다.


12. Dark Night of the Soul (75-85) 75~1:35 주인공이 자신의 삶과 선택을 되돌아보며 내면적으로 무너지는 시간입니다. 이 구간은 주인공이 진짜 변화할 수 있는지를 시험합니다.

다송네 집이 폭우로 캠핑을 철수하고 8분뒤 집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뒤늦게 확인한다. 급하게 어지러진 집을 치우고 문광 근세 부부를 벙커로 숨기면서 현실을 수습함. 겨우 집에서 빠져나온 기택과 기우, 기정은 내리막길과 계단을 수없이 내려가 집으로 향한다.

→ 침수 장면부터 피난소까지. 기우 가족이 진짜 현실의 밑바닥(사회구조의 저층)으로 되돌아가는 길이며, 비전과 환상이 모두 침수된 시점입니다.


13. Break into Three (85) 1:35~1:40 와 이게 5분만에 전개가 이렇게 될 수 있네 : 새로운 깨달음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는 전환점입니다. 주인공이 행동의 방향을 정하고 마지막 3막으로 진입합니다.

기택 시점) 집 동네에 도착하자 침수로 아수라장이다. 반지하 집은 이미 침수되고 (기택은 충숙의 금메달 액자부터 챙긴다) 물위로 떠오른 수석을 움켜쥐는 기우.

근세 시점) 벙커에 갇힌 문광이 남편에게 뇌진탕같다고 밝히며 죽는다. 묶여있는 근세 손쓰지 못하고 절규한다. 모스부호를 나타내는 램프를 이마로 세차게 누르는 근세와 텐트안에서 부호를 해석하는 다송.

기택 시점) 목까지 차오른 집안 내부에 박스 하나를 둥둥 띄우며(소중한 것?) 울먹이는 기택. 침수된 집을 뒷걸음질로 바라보며 집을 나간다. 피난소에 모인 세 사람. 기우는 아버지에게 모든게 죄송하다고 한다.


평가: 시간 배분과 해석 모두 적절합니다.
다만 이 구간은 **행동의 전환(마지막 결단)**이 들어가야 하는데, 영화는 매우 다층적으로 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 보완 제안:
이 시점에서 중요한 변화는 기우가 수석을 내려놓고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하며,
기택은 가부장의 역할을 완전히 상실하고 감정적으로 붕괴한다는 점입니다.
즉, “가족을 위한 계획”이라는 환상이 부서지고, 새로운 방식의 대응(폭력과 은둔)이 시작됩니다.


14. Finale 1:40-1:50 주인공이 성장하고 변화한 모습으로 마지막 문제를 해결합니다. 초기 문제나 악당을 물리치고, 주제가 현실화되는 장면입니다.

“생일파티 → 대혼란 → 기택의 살인 및 실종” 비가 온 다음날 햇살 밝은 아침, 연교가 상쾌하게 잠에서 깬다. 다송의 생일파티 기념 번개로 정원에서 가든파티를 연다. 주변 사람들(제시카)을 집으로 초대하는 과정에서 케빈(기우)도 초대받는다. (평화로운 집과 재난민이 모인 체육관의 분주함이 대조됨)

인디언 쇼(인디언 모자를 쓴 기택, 핵심 장면)를 준비하는 기택과 동익. (동익에게 와이프를 어차피 “사랑한다”는 말을 두번이나 하네 나는 불행한데 너는 행복하다 뭐 이런건가) 행복한 척하는 위선과 실질적 절망의 충돌

1:50) 수석을 들고 지하로 향하는 기우. 수석은 결국 근세에 손에 들어가고 기우 돌로 내려쳐짐. 머리에 피가 흥건하다. 주방으로 빠져나온 근세 칼을 들고 정원으로 향한다. 기정에게 돌진해 칼을 꼽는 근세. 뒤에 있던 다송 기절한다. 충숙이 흥분하며 뛰어나온다. 기택, 기정의 찔린 쪽을 잡고 있고 충숙-근세와 사투, 다혜-실신한 기우를 업고 뛴다. 기절한 다송을 안고 있는 연교와 기택을 부르는 동식. “뭐해 운전해야지“

근세를 찌른 충숙이 기정에게 달려가고 차키를 깔고 누운 근세를 코를 막으며 차키를 빼내는 동식. 그런 그를 경멸의 눈으로 쳐다보는 기택. 인디언 모자를 벗어던지고 기택이 동식을 칼로 찌른다. 기절한 연교. 어디론가 뛰어가는 기택.


→ 추가 제안:
기택이 동익을 찌르기 전 동익이 코를 막는 제스처는 ‘냄새’라는 계급 상징이자 극단적 모멸의 표현으로, 기택의 살인은 계층 간 긴장과 모욕의 정점입니다. 그 의미를 언급하면 서사 분석이 더 깊어집니다.


15. Final Image 2:05~ 영화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Opening Image와 대조되는 방식으로 주인공의 변화와 영화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완성합니다.


"기우의 상상 → 반지하의 현실" 한달후 깨어난 기우. 출숙과 기택의 재판 장면(집행유예). 납골당에 묻힌 기정. 반지하 집으로 돌아온 충숙과 기우. 행방불명된 기택.(뉴스로 소식을 접함). 피자시대 전단지를 돌리는 기우. 사건 당일 지하벙커로 숨은 기택이 모스부호로 기우에게 편지를 남긴다. 수석을 계곡물에 버리고 계획을 세웠다는(돈을 벌겼다는) 편지를 쓰는 기우.


기우 돈을 벌어 이 집을 사면 어머니와 저는 정원에 서 있겠습니다. 햇살이 좋으니까요.

아버지는 그냥 계단만 올라오시면 됩니다.


2:05~2:06 마지막 장면

상상 혹은 미래) 기우의 편지 속 장면, 기택이 계단을 천천히 오르고 정원에 있던 기우에게로 향하며 포옹한다. 충숙, 부자에게 걸음을 옮긴다.

현실) 눈내리는 반지하, 기우가 모스부호로 적힌 편지를 들고 있다. F.O.


처음 ‘반지하에서 와이파이를 훔치던 가족’과 대조되며,
“계획은 없다”는 영화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봉합합니다.

→ 부가 제안:
기우의 상상은 ‘플랜’을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상상된 미래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는 현실의 반지하에서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영화의 진짜 메시지를 냉정하게 끌어옵니다.






〈기생충〉의 결말은

“윤리를 잃은 인간이, 그 윤리의 부재조차 체념하고 살아가는 세계”를 보여준다.


“부동산 새끼들 머리가 좋다”는 말로 세상은 5축의 냉소로 전락하고,

“모든 것이 아련해진다”는 말로 6축의 허무로 침잠한다.


봉준호는 윤리의 붕괴를 분노가 아니라 조용한 무감각으로 연출함으로써,

감동의 완성(Zone 1)을 넘어 **감정의 소멸(Zone 2)**로 세계를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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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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