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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윤 Apr 25. 2023

그럼에도 회사를 그만 두어야 할 때, 퇴사 시그널

오늘도 퇴사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내 입맛에 딱 맞는 회사는 어디에도 없다. 하물며 입맛대로 창업을 해도 어떻게든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놀랍게도 이 사실은 대부분의 직장인이 알고 있다. 그러니,제목만 보고 "요즘 MZ세대는 말이야~"의 설교를 시작하시려는 곤대 선생님께서는 잠시 그 손을 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퇴사는 성장의 시그널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모든 성장과 쇠퇴가 그렇듯, 계단식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다. 한동안 유지되던 비슷한 분위기가 최근 몇 년 사이 급변하는 듯 보이니! 꿈쩍하지 않을 것 같던 유수의 대기업들에서조차 문화와 조직을 개편한다는 소식들이 속속 들려온다. 혈연과 학연, 지연의 끈끈함이 능력과 경험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조금씩 희석되고 있는 듯도 하다.


나는 2019년과 2022년, 총 2번의 퇴사 경험이 있다.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았지만 이 3년 사이에 몸 담던 회사를 떠나는 나를 향한 시선에는 굉장한 차이가 있었다. 덕분에 나는, 우리는 이전보다 냉정하게 퇴사와 이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서야 조금 더 자신 있게 인생 선배님들의 말씀과 함께 나의 경험에 빗댄 '퇴사와 이직 시그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게!






1.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다른 어떤 이유보다 가장 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다소 험한 환경에 있을 경우 주위의 선배들로부터 '원래 다 그런 것'이라며 가스라이팅(?) 당할 확률이 높은데, 세상에! 정말 큰일난다.


나는 첫 직장에서 약 1년간 만성 방광염과 신우신염, 그리고 아토피 피부염을 얻었다. 아토피 피부염은 성인이 되고 잠잠해졌지만 수술실이라는 근무 환경 특성 상 독한 소독약이 묻은 수세미로 하루에도 몇 번씩 손을 문질러야 했고 결국 스테로이드 연고 없이는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었다. 방광염은 학부 때 실습하면서 생겼는데,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해 만성화가 진행되었다. 원래도 비뇨기계가 약했던 데다 한 번 수술을 시작하면 최소 3, 4시간은 화장실을 갈 수 없다는 심리적 압박 때문에 결국 마지막 3개월 정도는 기저귀를 차고 근무를 했다. 그마저도 참다 못해 열이 40도까지 오르는 신우신염을 두어 번 경험하고 나서, 이대로라면 정말 몇 년 안에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의 신체 구조상 타고난 약점이 제대로 들어맞는 첫 직장이었다. 그럼 왜 그 곳을 선택했냐는 질문이 들어올 것 같은데, 나는 수술실을 고른 적이 없다.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 지는 TO가 나기 전까지 아무도 알 수 없었고 그저 주어진 대로 적응해서 다니는 선택지 뿐이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간호사가 병원에서는 화장실을 자유롭게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돌이키기에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 곳을 나오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의 아토피 피부염과 신우신염은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이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이제는 조금만 한 쪽 옆구리가 아파도, 등을 통통 쳐보곤 바로 항생제를 처방 받아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이제는 언제든 약을 타 먹고 물을 많이 마시며 염증이 도지지 않게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지만, 건강은 나이 무관하게 언제나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단순히 워라벨을 따지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늙어가고, 그에 따라 신체 전반의 기능 역시 자연스럽게 망가져 간다. 잘 관리해줘도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 우리네 건강인데. 어떤 기관이든 한 번 제 기능을 잃으면 그걸 돌이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어떻게든 제 역할을 하게끔 일으켜 세우는 일에도,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이 들어간다. 소중한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절대 무시하지 말자. '이 정도는 괜찮겠지.' 생각도 말자. 우리가 알아챘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2. 정신적인 문제가 생겼다.


크게 보면 1번에 포함되는 내용이긴 하지만 1번에서 보다 신체적인 것에 집중했다면 정신적인 문제 역시 또 다른 퇴사 시그널이 될 수 있다. 비슷한 말로 '번아웃 증후군'이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신체적인 문제와 함께 나타나지만 극도의 긴장감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본인이 건강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번아웃 증후군 : 어떤 직무를 맡는 중 심각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느끼며 직무에서 오는 성취감과 열정을 잃어버리는 정신적 탈진 상태를 통칭한다.


이와 관련해 더 궁금하다면 몇 가지 자가진단용 항목들이 있는데 절대적인 것은 아니니 참고용으로 봐주면 된다. 나는 당시 건강 문제가 뚜렷해서 이 정서적 고갈에 대해서는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거의 모든 것들에 해당이 되었다.


처음에는 증후군 정도에서 그칠 지라도 이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 문제가 지속되면 결국 자존감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하락하게 되며 조울증이나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나 역시 퇴사 직전까지도 일요일 저녁부터 다음 날 출근 걱정에 가슴이 두근대어 잠을 잘 이루지 못했고, 잠이 들기까지도 차라리 이대로 눈을 뜨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어김없이 근무 중 무슨 일이 생기면 머리가 너무 지끈거려 내 머릿 속에 무슨 종양이라도 생긴 거 아닌가 하는 말도 안 되는 걱정까지 들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퇴사와 동시에 싹 사라졌다. 마법처럼.


직장을 다니면 누구나 무기력해지는 시기가 있다. 번아웃 증후군이 왔다고 해서 무조건 퇴사를 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 원인을 스스로가 개선할 수 없다면 환경을 바꾸어 보는 방향은 늦지 않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3.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정말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포한다.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본인의 미래가 불투명할 수도 있고, 다니고 있는 직장 자체가 위기일 수도 있겠다. 내 경우 두 가지를 모두 겪어봤는데 둘 다에서 후회는 없었다. 단 이건 본인이 평소 커리어에 대한 욕심이 있고,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때만 해당한다! 단순히 충동적인 막막한 감정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전자(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나의 미래가 불투명한 경우)는 윗년차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퇴사를 결심했다. 10년, 20년이 지나도 직군 상 올라가지 못하는 유리천장이 명확했다. 그렇다고 해서 남들과 차별화된 커리어의 방점을 찍는 것도 불가능했다. 오래 버티는 사람이 살아남는 구조는 나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을 뿐더러 건강을 포기하면서까지는 더욱 견딜 자신이 없었다.


후자(다니고 있는 직장 자체가 위기인 경우)는 만 1년 반 정도 지난 시점부터 나가야 할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시장 자체도 불확실한데 나름 선두주자였음에도 뭐 하나 결단력있게 정해서 추진하지 못했고, 결국 일만 잔뜩 벌려진 상황이었다. 사실 스타트업씬에선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고 어딜 가나 비슷할 거라 예상했다. 그렇기에 자본도 인력도 작은 규모 치고는 빵빵한 곳이라 나오기 직전까지도 고민이 많았으나, 결국 (1) 주니어인 나의 능력과 경험으로는 그 곳을 바꿀 수 없었고 (2) 1년 반 동안 마땅한 성과가 측정되기 어려운 상태가 더 오래 지속된다면? 내가 가져갈 커리어 상 리스크가 너무 클 것 같았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퇴사와 이직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상당히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그만큼 퇴사 시그널 역시 비교적 다양하고 무겁지 않게 다뤄지고 있는 모양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한 환경에 따라 아직까지 여러 이유로 확실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 역시 여전히 많을 것이다. 그것이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하며 커리어를 개발하는 일이든, 새로운 직장을 찾아 떠나는 일이든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그러나 그 중간 어디쯤에서 애매하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는 결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좋은 위치가 아니다. 뭐 하나 열정을 쏟지 않아도 되는 핑곗거리가 생기는 것은 덤이다. 만약 본인이 이런 상태라면, 각자 최악의 경우를 그려보고 조금 더 돌이키기 좋은 쪽으로 용기내어 선택해보는 건 어떨까. 이건 적은 나이에 두 번의 퇴사를 경험한, 그리고 나름대로 조금씩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해나가는 나의 소소한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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