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팔이'가 되려고 했었다.
나는 ‘강의팔이’가 되려고 했었다.
그간 어디에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나의 첫 사업 도전이 남긴 교훈이다.
바야흐로 N잡 시대, 무자본 창업이라는 달콤한 꿈을 꿨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지원금 20만 원으로 300명의 회원가입을 이끌어냈고, 최종 매출은 정확히 0원이었다.
이 글은 달콤했던 꿈이 현실의 벽 앞에서 어떻게 부서지는지에 대한 기록이자,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는 일을 벌이며 나에게 무엇이 남았는지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다.
시작은 N잡러 플랫폼 팀에 합류하면서부터였다. 로테이션 소개팅, 노션 템플릿에 이어 내가 직접 뛴 우리의 아이템은 ‘블로그 수익화 강의’였다.
전략은 명쾌했다. 무료 특강이라는 미끼 상품으로 잠재 고객을 모은 뒤, 유료 강의로 전환시켜 수익을 창출하는 것. 분야는 다르긴 해도 당시 1년 넘게 부업으로 강의를 해왔기에 자신이 있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단돈 20만 원의 광고비로 3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무료 강의를 신청했다. 숫자가 늘어날수록 우리의 기대감도 부풀어 올랐다. ‘이거 진짜 되겠다.’ 전환율 3.3%, 단 10명의 유료 전환만 이끌어내도 이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었다. 우리는 성공의 문턱에 서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설렘 속에서, 나는 남몰래 곪아가고 있었다.
나는 최근까지 3년 넘게 취업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수많은 취준생들의 자기소개서를 첨삭하고 면접을 도우며, 그들의 합격 소식에 내 일처럼 기뻐했다. 나는 수강생들 앞에서 스스로를 떳떳하게 ‘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 나의 경험과 지식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로그 수익화 강의’를 준비하는 나는 달랐다. 스스로가 ‘강의팔이’처럼 느껴졌다.
‘블로그 수익화’라는 거창한 제목을 내걸었지만, 정작 블로그로 유의미한 수익을 낸 것은 내가 아니라 함께하는 팀원의 경험이었다.
두 파트로 나눠 진행하는 강의 중 내가 맡은 파트는 ‘상위 노출 전략’이었고, 그 분야에 있어서는 마케터라는 직업과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쌓은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은 마치 내가 블로그로 큰돈을 번 것처럼 포장되고 있었다. 속이는 기분이었다. 이 찝찝함은 강의를 준비하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수백 명이 모인 실시간 라이브 강의는 처음이었다.
늘 1:1로만 소통하던 내가, 얼굴을 드러내고 불특정 다수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강의가 끝나고, 함께한 팀원에게서 솔직한 피드백을 받았다.
스니님이 강의하실 때
텐션이 좀 낮고 처지는 분위기였어요.
다행히 마지막 Q&A 세션은 팀원이 도맡으면서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 왠지 나 때문에 강의 퀄리티가 떨어진 것 같아 부끄럽고 미안했다.
반면, 예상치 못한 위로도 있었다.
내 블로그를 통해 인연이 닿아 오프라인에서도 만났던 한 이웃분. 그분은 홍보 첫날부터 강의를 신청하고, 한 달 가까이 기다려 강의에 참여해 주셨다. 그리고는 블로그에 진심이 담긴 정성스러운 후기를 남겨주셨다.
처참한 결과 속에서, 그 자발적인 후기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로 내게 다가왔다.
매출 0원이라는 냉정한 숫자 앞에서 팀은 해체를 결정했다. 나는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왔다.
왜 실패했을까?
무료 강의에서 유료 강의로 넘어가는 문턱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고객과의 깊은 신뢰, 즉 ‘라포’를 형성하고 ‘브랜딩’을 쌓아 올리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때까지 버틸 자본이, 나에게는 없었다.
최근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무작정 팔로워나 구독자가 많아진다고 해서 능사도 아니었다. 구독자 50만 명이 넘는 유튜버도 무료 강의를 열었다가 유료 전환 0건을 기록했다고 한다. 구독자와 고객의 타깃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거 ‘마인드 강의’라는 이름의 강의팔이에게 당해본 경험이 있던 나는, 내가 그들과 다를 바 없어지는 게 몸서리치게 싫었다.
결국, 지속가능성의 문제였다.
돈도, 마음도 버틸 수가 없었다.
0원이 남긴 진짜 자산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무엇을 배웠을까?
‘일단 시도해 봤다’는 것, 그리고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
첫째, 300명의 잠재 고객과 0명의 실제 고객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
공짜에 열광하는 사람과 기꺼이 지갑을 여는 사람 사이에는 ‘신뢰’라는 거대한 강이 흐른다.
둘째, 브랜딩은 결국 ‘진정성’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단기간에 쌓아 올린 그럴듯한 포장은 결국 탄로 나기 마련이다.
진심은 느리지만, 결국 가장 멀리 간다.
블로그 이웃이 보내온 진솔한 후기는 그 증거였다.
그는 사업을 준비하던 내 열정에 공감해 내가 운영하던 모임 단톡방에 참여했고,
오프라인 정모에서 웨비나를 준비한다는 내 말을 듣고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었던 분이었다.
그를 통해 나는 ‘브랜딩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셋째, 수강생과 1:1로만 진행하던 기존 수업과 달리
다수 앞에서 강의하며 받았던 “텐션이 낮다”는 피드백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 소중한 교훈이었다.
이후 녹화본을 돌려보며 수업을 다듬었고, 그 결과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마지막으로,
내가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은
수많은 사람의 박수보다, 단 한 사람과의 진정한 교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상호작용이야말로 내가 꿈꾸던 ‘좋아하는 일’의 의미였다.
매출은 0원이지만, 영원히 머리에 남을 교훈을 자산으로 얻었다. 그러니 나의 첫 창업 도전은, 비록 실패했지만 결코 헛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