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국어시험에 배경지식이 필요한 이유
이유는 두 가지이다. 먼저 독해력만 강조되던 시기에 비해 아이들이 너무 무식해지고 있다. 어려운 배경지식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교과지식의 기초도 지나치게 약화되고 있다. 문과 아이들은 자연과학, 기술에 무지하고 이를 두려워 한다. 이과 아이들은 철학, 사회과학 주제를 낯설어 하고 기본 개념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문/이과에 상관없이 자기 계열에 해당하는 지식도 개념적 이해가 부족한 경우(암기가 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래서 과거에 비해 배경지식이 있고 없음에 따라 국어성적, 논술성적이 달라지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두번째 이유는 시험 형태의 변화 때문이다. 과거 언어영역과 달리 국어영역 시험은 국어 문법과 국어개념과 더 튼튼해야 하는 시험이다. 그래야 문제풀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능국어의 경우에는 비문학 제시문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익숙함'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분명 유리하다.
그러나 배경지식을 축적할 시간이 없다고 해서 '독해력'을 키우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 어쩌면 '독해력'을 단시간 내에 향상시키는게 더 어렵다. 차라리 '문제풀이 스킬(시간관리, 못푸는 문제 버리기, 화작문 빨리 풀기 등등)'을 익히는 것이 단기적 성적 향상에는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고3은 멘탈이 취약하다. 모의고사 말고 수능을 잘 보려면 1교시 국어시험에 대한 강력한 멘탈관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모두 사전 경험하고 대비하는 나름의 메뉴얼을 만들어 시험장에 가야한다.
그렇다면 고3의 배경지식은 어떻게 확보해야 할까? 핵심은 기출분석과 교과서에 있다. 우선 기출분석(비문학)을 통해 같은 영역에 해당하는 제시문들의 반복적 구조(글의 형식) 뿐 아니라 그러한 논리들이 하나로 관통되는 유사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과학의 문제의식은 '비판적 사고'일 때가 많다.
기술영역의 핵심 주제는 '진보와 발전'일 때가 많다.
과학의 주제는 '발견과 발명'이 대다수를 이룬다.
이런 주제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개념 지도'가 머릿속에, 영역별로 그려져 있어야 한다.
기출분석을 통해 이러한 주제들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름대로 그 질서를 그려보고 정리하는 나만의 노트를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배경지식 학습 전략이다. 그 내용 중 이해가 가지 않는 개념이나 정보가 있다면, 그 때 참고해야 하는 것이 바로 교과서이다.
수학도 문제풀이에 치중하고 개념이해가 약한 학생들은 3등급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국어도 마찬가지다. 매번 생소하게 느껴지는 비문학 제시문들을 제대로 정리하거나 처리해 놓지 못한 채 임기응변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제시문 독해에 대한 강력한 자신감이 없다면 수능국어 1교시의 압박감을 극복해 내기 어렵다. 의외로 자신이 약한 주제, 영역을 특정해서 기출을 꼼꼼히 분석하고, 하나의 패턴을 발견해보자. 그렇게 제시문 속 배경지식을 일반화하거나 정리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시간이 덜 걸리고, 장기적으로는 훨씬 효과적이다.
너무 어렵다면 강사의 해설도 참고해야 하겠지만 스스로 이해하며, 여러번 노트에 그 내용을 그려보거나 정리하며 전체 논리 구조 및 주제별 논의 전개의 특성을 파악해 보기 바란다.
우선 수업 시간, 특히 탐구과목(사회,과학) 수업 때 집중하기 바란다. 내가 선택한 계열의 과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업에 소홀해지는 만큼 무식해지고, 그 영역에 해당하는 주제가 제시문으로 나올 경우, 결국 손해를 보게 된다.
다음으로는 독서다. 너무 어려운 책은 피하더라도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독서하길 추천한다. 문과학생들은 물리학, 화학에 관련된 과학도서들을 조금이라도, 단 한 권이라도 읽어보고, 그러한 주제들을 다루는 이야기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어떤 논리, 어떤 관점을 가지고 서술되는지 느껴보기 바란다. 자연계열 학생들도 중학교 시절 미리 경제, 철학 관련 주제의 독서 경험이 부족하지 않도록 신경써주길 바란다.
분명 '친숙함'은 독해에 있어 강력한 힘이 된다.
1과 100의 차이보다는 0과 1의 차이가 더 결정적일 때가 많다. 여름방학 동안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