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력 진단하기 1편
공부력을 진단한다는 말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보통 성적을 통해 학생의 공부 성과를 측정하기는 하지만 공부력 자체를 진단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공부력이란 공부근육, 즉 자기 공부를 수행하고 소화할 수 있는 기본 능력에 해당한다. 심폐량이 크고 근력이 강한 사람이라면 처음 배우는 운동도 쉽게 소화해 높은 기량을 선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교를 배워도 근력이 약해 테니스를 잘 치지 못하는 사람처럼 공부 역시 근력이 뒷받침 되지 못하면 높은 성취를 이뤄낼 수 없다. 따라서 공부력을 진단한다는 것은 학생의 공부 역량을 요소별로 정확히 측정하고, 이에 기초해 체계적인 공부법을 터득하기 위해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이 되지 않는다면 공부 계획을 무리하게 세우거나 부족하게 세워 결국 목표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해 공부의 재미를 경험할 수 없다. 첫 단추가 잘못 꿰면 옷을 제대로 입을 수 없듯이 공부력 진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미국 FOX사에서 제작한 “하우스(HOUSE)”라는 드라마는 그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괴팍하지만 탁월한 실력을 지닌 의사인 닥터 하우스가 최고의 실력을 갖춘 자신의 팀과 함께 환자들을 치료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닥터 하우스는 괴팍하다 못해 공감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처럼 비춰지기도 하고, 법이나 규칙을 어긴 채 제멋대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주변 사람들을 상처 입히고, 병원 내에서 온갖 트러블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런 성격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닥터 하우스의 탁월함은 그 누구도 찾아 내지 못한 정확한 병의 원인을 찾아내 환자의 생명을 구해낸다는 점이다.
다소 생소하지만 이 드라마 덕분에 진단의학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또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드라마 속에서 잘못된 진단 때문에 엉뚱한 치료를 받고 상태가 악화되는 환자들의 사례가 자주 소개되는데 그 때마다 닥터 하우스는 동료 의사들을 머저리라고 비난한다. 동료들은 닥터 하우스가 미친 사람이라고 여기고 그를 멀리하지만 그의 의견을 쉽게 무시하지 못한다. 적어도 그가 진단학에 있어서 가장 탁월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닥터 하우스가 탁월하게 병을 진단할 수 있는 중요한 특징은 그가 집요하리 만큼 병의 원인을 탐구하고 궁금해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가 이토록 궁금해 하는 것은 매사에 원인이 있다고 아주 강력하게 믿기 때문이다. 닥터 하우스는 우연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그 원인을 찾아내면 반드시 병을 해결하고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환자를 관찰한다. 환자의 증상 뿐 아니라 그가 생활하고 있는 환경을, 그가 먹고 있는 음식과 그가 만나는 사람들을, 그의 부모들과 가족들의 병력을 조사하고, 혹시 환자 스스로 밝히지 못한 과거 병력이나 약물 복용 등의 요인들까지 찾아낸다. 닥터 하우스는 모든 것을 검토하지만 모든 것을 믿지는 않는다. 이런 태도 때문에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지만 닥터 하우스는 언제나 그 모든 희생을 감수할 만큼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것은 문제해결적 사고 방식을 따라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현상 자체가 아니라 문제의 원인에 집중해야 한다. 낮은 성적과 어려운 문제 난이도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학생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그의 말과 행동, 습관과 주변인들의 증언, 그가 처해있는 상황을 하나하나 분석하며, 가까 원인과 진짜 원인을 구별해 내야 한다. 때로는 당사자의 경험과 증언이 효과적인 힌트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변화를 거부하려는 게으른 본성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수도 있다. 마치 뚜렷한 원인이 없어 자신도 왜 그런 실수가 반복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둘러대는 변명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수록 선생이나 부모, 혹은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치려 시도하는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집요할 만큼 근본 원인을 찾아내려 노력해야 한다. 또 학생과 협력하여 그러한 원인을 반드시 찾아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공부력을 진단하기에 앞서 한 가지만 더 당부하고 싶다. 그것은 바로 근본 원인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력 수준이 낮은 학생이라면 당연히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문제 자체에 생각하기를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거부한다. 학부모들은 이 문제 대부분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조급해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모든 원인을 해결하겠다는 접근 태도는 어떤 원인도 해결하지 못하는 마구잡이식 접근이다. 따라서 공부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공부력을 진단할 때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갖고 있는 위계적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가장 심층부,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처음에는 문제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관찰하며 폭넓게 접근해야 하지만 이내 근본 원인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분명 더 효과적이다.
따라서 공부력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부력의 요소들과 이 요소들의 위계적 관계로 이해하는 관점이 필요한다. 앞에서 이미 살펴본 것처럼 공부기초체력, 공부책임감, 공부현실감, 자기공부 계획력, 자기공부 실행력, 자기공부 객관화능력은 앞에서 뒤로 갈수록 상위 능력에 해당한다. 공부기초체력이나 공부책임감이 낮은 수준의 학생 중에서 자기공부를 제대로 실행하거나 객관화능력이 갖추고 있는 경우는 없다. 만약 그렇게 평가했다면 ‘자기 공부’라는 기준이 무엇이고, 그것을 실행하거나 객관화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고 잘못된 평가를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