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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돌이 Dec 08. 2022

당신의 태도는 어떻게 폭력이 되는가

#12. 혼자 살아가는 중입니다

지인의 팀원 A씨는 보청기를 낀다. 보청기가 없어도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하나 얼굴을 마주 보고 해야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A씨는 늦은 나이로 지인의 회사에 입사를 했다.     

           

  처음, 지인은 A씨에게 친절했다. 업무를 지시할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설명해주었다. ‘1번은 A 형식으로, 2번은 B형식으로 하세요.’ 신입사원 A씨도 지인이 알려 준대로 업무를 처리했다. 이때까진  사이에 아무런 갈등이 없었다. 문제는 연차가 쌓인 A씨가 대리, 과장으로 승진하면서 발생했다.

A씨가 직급에 맞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업무를 처리하는   프로젝트와 전혀 관련 없는 방식으로  전체적으로 오류가 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지인이 틀렸다고 지적하면 자신의 방식이 맞다고 우기기 일쑤였고 지인이 오류 부분을 일일이 제시해야 마지못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고 한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버렸고 프로젝트 종료일이 코앞이여서 A 업무를 이미 자신의 일을  끝낸 다른 팀원들과 나눠서 해야 했다. 그런 일이 자꾸 반복되다 보니 지인도 사람인지라 A씨를 대할  저절로 언성이 높아져 다른 부서 팀원들이 쳐다볼 정도였다고 한다.    

       

 지인이 A씨에게 가장 분노한  보청기 사건이었다. 어느  티타임  A씨가 보청기가 고장 났다고 말을 했단다. 지인은 동안 A씨가 업무를 자기 멋대로 처리한 이유가 제대로 못 들어서그런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에게 보청기를 고치라고 다. 일을 같이 하려면 의사소통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오래돼서 새로 사야 돼요."

“그럼 사세요.”

"안 불편한데 그 비싼걸 굳이 뭐 하러 사요.”

“내가 불편해요, 내가!”


지인이 버럭 화를 내자 A씨는 '내가 보청기를 안 끼는데 니가 왜 불편하냐'는 얼굴로 쳐다보았다고 한다.    

   

“이기적인 인간,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자기 때문에 다른 팀원들 고생했는데 뭐 안 불편해? 집이 가난하면 이해라도 하지, 지 명의로 된 상가도 있는 인간이 백만 원이 아까워? 저건 일을 안 하겠다는 소리야!”    

 

지인은 스트레스로 자주 숨을 못 쉬겠다고 했고 손까지 떨게 되자 신경안정제까지 처방받았다. 하지만 A씨의 업무 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약을 먹어도 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지인은 상사를 찾아가 자신은 A씨를 데리고 일하는 자체가 하나의 큰 프로젝트였다며 이제는 더 이상 같이 일을 못하겠으니 다른 부서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의 말에 상사는 고개를 끄떡이면서도 A도 문제지만 너도 문제라며 "팀장이면 팀장답게 같이 밥도 먹으면서 소통 좀 하고 그러지. 점심때 보면 맨 날 A 혼자 편의점에서 사발면 먹더라."며 지인을 비난했단다. 지인은 그 말에 억장이 무너졌다. 졸지에 가해자가 돼 버린 것이다.   

   

“이사님, 전 아예 안 먹어요, 저 밥 굶는 건 안 보이고 A 혼자 사발면 먹는 건 보이세요? 그리고 A는 지가 좋아서 사발면 먹는 거예요. 돈 아까워서!”  

        

지인의 격한 반응에 상사는 딱히 보낼 부서가 없다며 난감해하면서도 일단 알겠다고 했단다.     


“도대체 그동안 날 어떻게 본 거야? 내가 아무 이유도 없이 A에게 소리를 질렀을까 봐? 그럼 매번 일을 엉망으로 하는데 말이 곱게 나와? 백번 양보해서 내가 소리 지른 거 잘못했다 치자, 그럼 A는? 걘 잘못한 게 하나도 없어?"

             

지인은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표를  거라고 했다. 미쳐 죽는 것보다 굶어 죽는  낫다는 것이다. 다행히 지인의 호소가 받아들여져 얼마  A씨는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지인은 앓던 이가 빠진 것같다고 시원해했다. 그러면서 다른 팀장들이 A씨에게 얼마나 친절한지 두고 보겠다며 이를 갈았는데 얼마   누군가가 A씨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맘이 편치만은 않더란다. 6 동안 같이 팀으로 있으면서 그새 미운 정이라도 들은 모양이다.              

        

하지만 일 년도 채 못 가 A씨는 다시 지인의 팀원이 되었다. 그 누구도 A씨를 팀원으로 받지 않겠다고 했단다. 상사는 지인을 불러놓고 "그래도 니가 제일 오래 데리고 있었으니 그나마 잘 알 거 아니냐."며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댔단다.   

   

“내가 그렇게 만만해!”  

   

지인은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게 애썼건만 상황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의 업무 태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이제는 고장 난 보청기조차 끼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뭐가 문제인가? 단순히 보청기를 끼지 않는 것인가? 아니, 그건 그럴 수도 있다. 블루투스 이어폰도  시간 이상 끼고 있으면 머리 아프고  아픈데 하루 종일 껴야 하는 보청기는 오죽하랴! 문제는 A씨가 다른 팀원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말 보청기가 불편해 끼기 싫다면 최소한 자기가 업무내용을 제대로 듣고 이해했는지 다시 확인하는 노력 정도는 했어야 한다. 노인성 난청인 우리 엄마도  말을 제대로  들었으면  코앞까지 와서 다시 묻는다.


"뭐라고?” “  들었어. 다시 말해줘.”


팔순 노인도 딸과 소통하기 위해 이런 노력을 하는데 성과를 내야 하는 직장인이 이런 노력조차  한다는   잘못이다. 이건 능력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다. 자신의 태도가 누군가에게 폭력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게 타인에 대한 예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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