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요즘 책 읽기를 게을리했다'라는 말을 했다. 자연스러운 위화감이 나를 관통했다. 언젠가 나도 비슷한 표현을 했던 것 같다. 독서는 누군가에겐 취미이고 즐거운 행위일 텐데 '게을리했다'라는 표현은, '해야 하지만 계속해서 미루며 좀처럼 해내지 못했다'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 또한 독서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일종의 과업으로 여겨왔던 지난날들이었다. 그렇다면 그간 내 독서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명확한 해답이 없었다.
독서량이 유독 증가한 요즘을 되새겨본다. 확실히 일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난 삶이었다. 나는 기어코 병들어버린 것일까?
그럼에도 내게 독서라는 행위는 삶의 의지를 대변하는 것. 스스로의 병듦을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열심히 풀을 씹기 시작하는 것. 현재의 고난과 애로를 활자로써 헤쳐나가는 것. 다시금 건강과 일상을 회복하고자 기꺼이 해내는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