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앙스에 따라 막 바뀌는 한국어 이해시키기
다수의 국적이 모인 어학당이나 오프라인 한국어 교실에서는,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만약 영어로 수업을 한다면, 비영어권 학생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아마 영어 스트레스까지 겹쳐 유학생활이 더 힘들어질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내 수업의 경우, 학생의 90퍼센트가 일본인이고, 소수의 대만 및 중국 학생들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 한글을 읽을 수 있고 기본적인 회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어만으로 수업을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학생, 즉 문장 구조부터 가르쳐야 하는 경우에는 일본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한국어의 뉘앙스는 상당 부분 세분화되어 있어 교재나 사전만으로는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느 날 학생들이 기습 질문을 한다.
"선생님, 부끄럽다 / 민망하다 / 쑥스럽다 / 창피하다의 차이점을 모르겠어요. 일본어로는 모두 恥ずかしい인데, 이 단어들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싶어요."
처음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당황해서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일본어로는 모두 부끄럽다(恥ずかしい)라고 표현한다. 한국어는 부끄러운 정도와 부끄러운 상황에 따라 표현 방법이 달라진다.
한국어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런 점에 있다.
한국인이라고 해도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모든 차이를 머릿속에 명확히 정리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린 태어났을 때부터 그렇게 말하고 들었기 때문에 적재적소에서 자연스럽게 쓸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차이를 알기 쉽게 정리하고 설명해 주는 것이 나의 일이다.
결국은 나 자신도 많이 공부를 해야만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난 한국인이니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게 어렵지 않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나는 이런 기습적인 질문 공세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나는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학생들의 질문을 예문과 함께 정리해 가며 완벽히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랑 ~의 뉘앙스 차이가 궁금해요"
이런 질문이 상당히 어렵고 무서운 질문이다.
반면 강사로서 나를 한층 더 성장시킨 질문들이기도 하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쓰는 우리말 한국어는 알고 보면 굉장히 섬세한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