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불경기에 직장 그만두고 식당 차린 미친놈
"여보, 나 회사 그만두고 식당 차릴래."
미쳤었다.
3년 전 와이프한테 내 인생의 중대한 시점이 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저렇게 툭 내뱉었던 것이었다. 그때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도 미친 거지. 사상 유례없는 불경기에(사실 살면서 경기가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식당 창업이라니...어찌 됐든 지금은 식당을 차리고 2년 여가 지났다. 성공은 아니다. 잘 버텼을 뿐. 아직 빚도 조금 남아있다. 그렇다고 실패도 아니다. 단골도 꾸준히 늘고 있고, 매출은 지난해부터 매달 상승곡선을 그려가고 있기에 스스로 이 가게의 입지를 다져가는 중이라 생각한다.
인구 10만이 될까 말까 하는 경상도 어느 작은 도시에서 상권도 형성 안 돼있는 곳에 터를 잡고 2년을 버텨왔다. 장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라 힘든 날도 많았고 몸도 고됐지만 보람찬 날도 있었고 즐거운 기억들도 있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적응이 되니까 내가 일궈온 것들에 대한 기록을 한 번 남기고 싶어서 이렇게 어렵게(어렵다기보다는 사실,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쓰는 것 자체가 거의 처음이기 때문에 어색하다) 글을 쓰기로 다짐했다. 글을 쓰는 것도 식당을 운영하는 것도 베테랑이나 전문가가 아니기에 누군가의 거창한 성공신화가 아닌 촌구석 식당 사장이 된 나의 고군분투기라고 하는 정도면 부담이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쓰게 될 것들은 (1)식당 창업 전, (2)창업 준비 과정, (3)창업 후의 에피소드라는 세 개의 큰 틀 속에서 진행이 될 텐데 가게 운영하는 동안 생기는 에피소드는 약간 두서없이 생각나는 위주로 쓸 것 같다. 창업 준비까지는 어느 정도 자료들이 있는데 가게 운영하는 동안은 따로 기록해 둔 것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내 머릿속에 있는 많은 에피소드들이 곱게곱게 나와줬음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