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식당 차릴래. <4. 식당 취업>

내 나이가 어때서?

by 김주원

언제나 그렇듯 면접이란 건 사람 떨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회사가 크든 작든 그리고 이렇게 식당 면접이든, 나를 알리고 설득시켜서 고용이 되게 하는 행동은 세일즈의 가장 기본단계 아니던가. 아무튼 나는 이력서가 들어있는 서류봉투를 손에 쥔 채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가게 안은 점심시간이 지나서인지 조용한 분위기였고 사장님이 안내해준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면접이 시작되었다. 사장님은 나에 대한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예전에 뭘 했는지 그리고 늦은 나이에 힘든 과정들을 버틸 수 있을지 나에게 물어보셨다. 나이가 채용에 많은 걸림돌이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래서 나는 과거에 대학시절 식당 알바 했던 경력부터 호주에 있을 때 식당일 한 것들을 열거하면서, 요식업계 쪽에 경험이 전혀 없는 건 아닌 것과 체력적으로도 문제없음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면접을 봤다. 그때 사장님은 만약에 내가 출근할 경우 나보다 8살 어린 과장, 10살 어린 대리급 직원이 사수로 있는데 잘 지낼 수 있냐고 했었다.


"사회생활은 나이 순이 아니니까요. 막내로 들어간다면 선배님들 깍듯이 대하겠습니다."


이렇게 마지막 말을 자신 있게 내뱉고 가게를 나왔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또 다른 공고가 뜬 곳은 없는지 검색하고 지원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뒤 면접 본 식당의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면접 때 보니까 인상도 좋고 성격도 좋아 보여서 나는 채용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직원들 의견도 들어봐야 할 것 같아서 얘기를 나눠봤거든요. 근데 역시 나이차 때문에...."


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사실상 면접 탈락 통보였기에 가슴 한쪽이 쓰라렸다. 게다가 나는 청년백수도 아니고 처자식이 있는 백수 가장 아닌가. 순간 뭐라도 한 마디를 더 해서 마음을 돌려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사장님, 일단 한 번 써보고 판단해 보시죠. 제 나이 때문에 그런 거라면 선배들이나 사장님께서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 지내보겠습니다."


그렇게 내 의견을 전하고 일주일이 흘렀다. 다른 곳에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연락 오는 곳은 없었다.


'아, 백세 시대에 내 나이가 어때서...'


당연한 말이겠지만 내 나이 36살에 식당일 구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주방보조 같은 일이었다면 어디든 취직이 가능했겠지만 나는 기술을 배워야 했기에 늦은 나이에 다른 분야로의 취업은 힘들 수밖에 없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시 며칠이 지나고 면접 봤던 그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면 열심히 할 자신 있겠어요?"


나는 몇 초간 아무 생각 없이 멍했다. 몇 초가 흘렀나? 갑자기 정신이 들었고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럼 보건소 가서 보건증 신청하고 발급받으면 출근하세요. 열심히 해보세요."


결국 채용이 된 것이다. 꺼져가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재차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탈락했는데 왜 다시 연락 왔는지는 한참 지나서 사장님이랑 얘기하면서 알게 됐다. 나를 채용하니 마니 하던 그 사이에, 나 말고 합격해서 일하던 어린 친구들이 오래 못 버티고 그만두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한테도 기회가 다시 찾아온 것이었다. 뭐 어찌 됐든 나는 식당일을 이제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식당일, 젊은 친구들이 왜 오래 못 버티고 그만두게 됐는지 이해하게 된 데는 하루면 충분했다. 다음 글은 '슬기로운 식당 생활'로 주제를 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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