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 다음은 더 힘든 일
평소 어머니는 고향에서 혼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계셨다. 자가라고는 하지만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 아니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도 아니고 주택가가 몰려있는 곳도 아닌 허름한 골목길 안쪽에서 그냥저냥 입에 풀칠하는 정도였다. 한 달 매출 100만 원 겨우 넘는 영세 자영업이지만 혼자서 꾸려나가시기엔 불편함이 없으셨다.
하지만 무릎 수술 후 가게 운영이 조금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들어갈 돈은 아직 많았고 아직 빚도 남아있었다. 사정이 이렇기에 어머니가 이제 혼자서는 꾸려나가기 힘든 가게를 내가 이어받아서 장사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더니 한참이 지나 흔쾌한 승낙이 아닌,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의 승낙을 받게 되었다. 본인의 몸이 건강하셨다면 무조건 반대하셨을 터.
그렇기에 장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심적 부담감이 컸다.
사실 이런 결심을 하기 직전 무렵에 식당 사장님께서는 프랜차이즈를 계획하고 계셨는데 그 계획은 항상 나와 공유를 하셨다. 나도 프랜차이즈 사업에 관심을 가질 때였다. 상권이 형성된 목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직원도 많이 쓰고, 사업도 확장하는 꿈을 꾸곤 했었다.
그래서 몇 년 뒤에는 나도 사장님과 동등한 위치에 서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원하는 아이템으로 동네에서 작은 식당을 차리는 꿈도 있었기에 내 안에서 의견이 상충이 됐다. 게다가 내 가게를 꾸리더라도 몇 년 뒤에나 추진할 일이라 생각했다. 집에서 아내와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도 쉽게 결론짓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밤늦게까지 일하고 자정이 다 돼서야 집으로 와서 곤히 잠든 아이를 보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돌아보게 됐다. 어머니는 몸이 안 좋으신 상황에, 식당일을 배우는 건 좋은데 직장 다닐 때 월급의 절반으로 와이프가 가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상황을 말이다.
'선택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고민은 바로 사라졌다. 기회가 있을 때 바로 시작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집안 경제가 쪼들리고 있는 상황이 눈에 보이자 서둘러 내 가게를 차려야 함을 깨달았다.
"사장님, 저 그만둬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마음먹은 다음 날, 가슴에 담아뒀던 그 말을 힘겹게 사장님께 꺼냈다. 나에 대한 배신감,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함께 그렸던 사업 확장에 대한 청사진을 다시 당신 마음속으로 집어넣어야 했기에 그에 대한 상실감이 표정에서 느껴졌다.
어머니의 사정과 경제적인 나의 문제를 차분하게 설명했지만 그 이후로 서로 간의 대화는 줄어들었고 주방에서의 내 업무는 점점 줄어만 갔다. 철저히 배제되었다. 그렇게 가시방석 같았던 2주일이 지나고 사장님과 단 둘이서 마감을 끝내고 얘기를 나눴다.
후임을 구할 때까지 4주 정도 더 일을 할 생각이었으나 당장 다음 주부터 출근하지 마라는 통보를 받았고 나는 덤덤히 받아들였다. 내 사정을 모르는 편도 아니었지만 사장님 본인의 상실감도 컸기에 쌀쌀맞게 대했다고 하셨고 사장님 개인적으로는 내가 준비 확실하게 해서 보란 듯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하셨다.
확실히 사장님은 남자다운 면이 있었다(사장님과는 현재 형님, 동생 하며 돈독하게 잘 지내고 있음). 그렇게 남자 둘이 진하게 포옹을 하고서 나는 1년간 다사다난했던 가게에서의 일을 서서히 마무리했다. 그렇게 가게일을 정리하고 정든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2017년과도 작별을 고했다.
이제 그 누구의 보호도 없는 세상이라는 전쟁터에 나 혼자 상륙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수 없이 되뇌고 노트에 적어봤던 식당 창업에 대한 계획들을 실행에 옮길 차례가 왔다. 그리고 그것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고 가게 오픈을 해야 했다. 지체하기엔 아내와 아이의 생계조차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식당일을 하며 요식업에 대한 환상은 이미 깨질대로 깨졌다. 고상하고 우아한 직업이 아니다. 힘들었다. 그래도 뭔가 뿌듯함이 있었고 내 안의 역동성을 깨우는 말 못 할 무언가의 매력이 있는 직업이다. 잘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웠다. 그 두려움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갖고 있는 감정이다. 그 두려움을 품은 채 나의 식당 오픈 이야기가 이제 시작이 된다. 2017년 한 해 정말 힘들었는데 2018년은 더 힘든 한 해였음을 곱씹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