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식당 차릴래. <7. 사장님! 쉬세요.>

No pain, no gain.

by 김주원

떠들썩한 선임의 송별회 겸 회식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는 떠났고 나는 주임에서 대리로 승진했다. 직원으로 들어와서 일한 지 넉 달만이다. 하지만 승진의 무게는 무거웠다. 이제 겨우 칼 쓰는 게 익숙해지고 겨우 조금 성장했다고 느끼던 때였는데 어느새 사장님 옆에서 초밥을 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어설프기 그지없었다. 최소한 흉내라도 내보려는 시도는 엄청 많이 했다. 퇴근 후 횟감을 사들고 집에 와서 초밥 만드는 연습도 하고 유튜브를 보며 그럴듯한 퍼포먼스도 따라 해 보기도 했다.


이런 개별적인 연습과는 별개로 가게에선 본격적으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주문은 물밀듯 밀려들어오는데 손이 느리니까 병목현상이 자꾸 생겼다. 그 병목구간이 바로 나였다. 게다가 밑에 들어온 신입들도 가르쳐야 했다. 한 친구는 경력이 있어서 가게 운영에 관한 것들 위주로 가르쳤고 다른 한 친구는 나처럼 처음부터 다 가르쳐 나갔다. 내가 후임을 가르치는 상황이 정말 아직도 생각하면 낯선 광경이다. 하지만 가르치지 않으면 가게 운영 자체가 힘들어진다.


아니, 솔직히 중간에 끼인 나만 힘들어진다.


나는 내가 비효율적으로 나에게 업무가 집중되는 경험을 많이 했기에 최대한 이런 경험을 다시 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가르쳤다. 그런데 하필 이럴 때일수록 손님은 인정사정없이 들이닥쳤다. 감정의 동요를 느낄 새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일을 한 적이 많았다. 그러면서 일하는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주문이 들어오면 대충 순서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 순서대로 사장님이 지시 내릴까 궁금했다. 그런데 어? 정말 내 생각과 똑같이 지시를 내리시는 거였다.


퀴즈를 맞춘 것 같은 쾌감이 들었다.


분명 힘든 시기였다. 나는 이것저것 배울 것이 많은 시기였는데 누굴 가르치고 있었고 일 처리하는 속도도 그렇게 빠르지 않았으며 가게는 항상 바빴다. 그런데 재미있었다. 누굴 가르치면서 나도 더 공부하게 되니까 지식과 기술이 더 빨리 쌓였다. 그러면서 일 처리 속도도 자연스럽게 빨라졌다. 인력이 부족해서 몇 달간은 한 달에 나흘밖에 못 쉬는 게 불만이었지만 그것 빼고는 일하는 것 자체의 흥미에 푹 빠졌었다. 후임들의 실력도 어느 정도 올라오자 나는 사장님한테 이렇게 말을 하는 날이 오게 되었다.


"사장님도 이제 하루 정도는 쉬시죠?"


내가 가게 마감 정산까지 할 줄 알게 되자 그동안 우리보다 더 못 쉬고 일만 하셨던 사장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루라도 푹 쉬게 해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 걱정 말고 쉬라고 말하는 날이 정말로 오다니! 나보다 오히려 사장님이 더 감동하는 눈빛이었다.

사실 사장님은 나랑 몇 살 차이가 나지 않은 비슷한 세대라서 식당일 하는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추억을 공유하다 보니 여러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해왔었다. 그렇게 사장님과도 친해지고 어느 정도 실력이 늘어가자 나는 '사장님도 가끔씩은 날 믿고 조금이나마 의지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농담 삼아 지금 운영하는 가게는 나한테 맡기고 분점 차리라고 하기도 했다. 언젠가는 독립해서 사는 곳 근처에 내 가게를 직접 차릴 생각은 했지만 사실 혼자 잘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가게 일하는 동안 동료들과 같이 일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도 큰 이유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무릎 수술을 하게 되었다. 이것이 우연히도 내 식당 창업을 앞당기게 된 이유가 될 줄이야...


다음 글부터는 이제 정든 일터와의 이별과 본격적인 식당 창업 과정을 그려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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