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식당 차릴래. <9. 본격 가게 오픈 준비>

우연과 인연

by 김주원

일하던 곳을 그만두고 나올 때는 그게 회사든 식당이든 기분은 비슷했던 것 같았다.


막막함.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갑갑했다. 철거? 인테리어? 견적? 주방설비?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식당 창업에 관련된 책 몇 권을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맘에 드는 책은 사서 다시 읽어봤다. 인테리어 업체로부터 받은 대략적인 견적은 평당 150만 원 정도였다. 가게는 20평 남짓이니 인테리어 비용만 3천만 원 이상 나오게 된다.


다시 갑갑해졌다. 퇴직금과 타던 차를 팔고 받은 돈을 합쳐보니 내 손에 쥐고 있는 자금은 대략 2천만 원 남짓이었다. 학교 다닐 때 악착같이 공부해서 대기업에 취직해서 가던 친구들이 다시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은행 대출 길도 막혀서 제1 금융권의 도움도 요청할 수 없었다. 결혼 전 아파트 구입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매달 상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가게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던 친구가 셀프 인테리어를 추천해줬다. 인테리어 업체한테 돈 갖다 바칠 생각하지 말고 직접 발품 팔아가면서 가게 꾸미면 된다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그 친구처럼 손재주가 좋지 않았다. 아파트 싱크대 수납장에 시트지 하나 제대로 못 붙여서 버벅거리는 나였다. 그런 나한테 셀프 인테리어를 하라고? 정말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정말 꿈도 못 꿀 일인 줄 알았던 셀프 인테리어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창 막막해하고 있을 그때, 우연인지 인연인지는 몰라도 중국에서 화가로 활동하던 친구가 잠깐 일이 뜸해서 한국에 들어온 것이다. 그 친구는 순수미술을 하고 있었지만 그걸로는 먹고 살기가 빠듯해서 부업으로 인테리어 설계를 하고 있었다. 한국에 와있다는 카톡을 보자마자 나는 그 녀석에게 다짜고짜 전화를 걸었다.


"나 좀 도와줘."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다가 내가 곧 가게를 차릴 거라는 것, 인테리어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리고 도와달라고 말했다.


정말 운이 좋게도 얘가 아무것도 하지 않던 임시 백수던 시절이라 잠깐 고민하는 척 나를 상대로 몇 번 밀당을 하더니 이내 승낙을 했다. 이 놈은 본능적으로 동성친구끼리는 밀당을 잘한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늘 붙어 다니다 스무 살부터 각자의 길을 가게 되어 볼 일이 뜸하다가 서른 중반에 다시 만나게 되다니, 기분이 참 묘했다.


이 친구에게 공짜로 받아먹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인테리어 업자보다 많이 줄 수 없지만 같이 공사하는 조건으로 섭섭하지는 않게 챙겨주마 약속했다. 한 겨울에 전시회가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고향집에 가서 장농 밑에 숨어있던 기존의 가게 설계도를 어렵사리 찾아서 친구에게 보여주고 전반적인 인테리어에 대해 논의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가게 리모델링 설계부터 공사 끝날 때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서 가게 리모델링 과정에 대해 쓸 텐데 정말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났었다.


하지만 공사가 끝난 뒤 그 친구랑 나랑 가게 간판 앞에서 같이 사진을 찍었을 때의 감동은 절대 잊지 못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가게 오픈 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다음 글은 고난 속의 셀프 인테리어 시작, 리모델링 설계 단계, 실측했을 때 당혹감, 철거의 과정 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최대한 욕은 배제하고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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