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약사에게 목공은 목수에게
철거가 끝난 뒤, 가게는 휑했다. 아,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주문해뒀던 자재들이 도착하자마자 A는 자재 중에 각목과 나무판을 이용해 톱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톱대도 구입하려면 수십만 원이 들기 때문에 직접 만들어서 쓰기로 했던 것이다. 톱대 만드는 건 의외로 간단했다. 나무판에 톱날이 들어갈만한 홈을 파고 거기에 전기톱을 부착한 뒤 각목으로 나무판 네 귀퉁이에 붙여 다리를 만들어 뒤집으니 그럴싸하게 톱대가 완성되었다.
어느 정도 공구 세팅이 완료되고 처음으로 천장 목 작업을 했다. ‘상 작업’이라고도 했는데 천장 중간중간 각목을 덧대고 그 틈으로 전기배선을 하고 석고보드를 붙일 수 있게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가게 구조가 직각이 나오는 부분이 없었기에 목 작업 자체가 일일이 사이즈를 재고 부분 부분 잘라서 쓰는 노가다였기에 진척이 없었다. 특히 천장 작업은 A나 나나 둘 다 키가 작아서 까치발로 치수 재고 내려와서 자르고 다시 디딤대를 밟고 올라가서 붙여야 했기에 더 더뎠다.
너무 지지부진하다 보니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이걸로 며칠을 날릴 수는 없어서 다음날 바로 목수 아저씨를 불렀다. 그리고 목수 아저씨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기술자의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무시 못하는 게, 우리가 어려움을 겪는 부분에 대해 기술적인 조언도 해주시면서 며칠을 걸려도 못할 천장 목 작업을 하루 만에 해주시는 거였다.
석고보드의 경우도 직각이 안 나와서 우리가 일일이 자로 재서 재단하던 일을 눈대중으로 보시더니 슥슥 잘라서 정확하게 갖다 붙이는 게 아닌가. 그렇게 작업을 끝내고 쿨하게 5시에 하루 일당을 받아서 퇴근하던 아저씨. 존경스러운 마음을 담아 박카스 하나를 손에 쥐어 드리고 보내드렸다.
천장 작업이 끝나면서 목 작업은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다찌는 기준점을 잡을 곳이 없어서 레이저 수평계를 이용해 가상의 공간을 기준점으로 잡고 만들어 나갔다.
내가 손재주가 없다 보니 나는 보조 역할에 충실했고 실제 목 작업은 순전히 A의 독박이었다. 그래서 내가 했던 다른 중요한 역할은 끼니때마다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여 A의 체력과 사기를 북돋게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 짬이 날 때마다 다음 작업인 배관과 주방 타일 공사를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러 다녔다.
전에 일했던 식당 바닥이 하얀색 타일이어서 쉽게 더러워지는 것을 경험했기에 바닥 타일은 어두운 색으로 거기다 미끄럼 방지를 위해 돌기형의 디자인을 골랐고 벽타일은 심플한 디자인에 색만 교차되게 골랐다. 타일은 부자재와 함께 50만 원 정도 자재비가 들었고 이 역시 업체에서 가게까지 배달을 해주었다.
어떤 작업이든 그때그때 필요한 기술자를 구하는 일은 어렵지는 않았다. 겨울이라 공사 비수기인 데다 철거, 목공, 배관, 미장, 타일 쪽은 서로 알고 지내는 분들이 많으셔서 그런지 다음 작업에 필요한 기술자분께 연락해서 바로 작업을 할 수 있게 했다. (여담으로 공사하면서 느낀 건데 기술자분들 인건비도 만만치 않게 나갔었던 것 같다. 지출을 매일 기록하면서 예산과 실제 비용을 중간중간 파악해 보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이 들어간 항목이 바로 인건비였다.)
별다른 갈등을 언급하지는 않았는데 미리 말하자면, 외주 작업이 필요해서 기술자를 쓰게 되는 경우 트러블은 각오하고 해야 한다. 기술이 우리보다 좋은 것이지, 장인정신으로 무장해서 알아서 해주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철거 때는 확실하게 없애달라고 짚어준 부분도 제대로 철거가 안돼서 다시 작업자를 불렀고, 목 작업할 때는 목수 아저씨가 너무 본인 의지대로 하려는 게 강했으며, 타일은 예상보다 시간을 너무 끌어서 옆에서 계속 지켜봐야 했다.
외주를 맡긴 공사는 분명히 말하지만 옆에서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나는 공사 자재를 직접 구매하고 업자들을 불러서 작업한 거라 상관없었지만 모든 걸 인테리어 업자에게 맡긴 어느 가게는 배관 사이즈를 정해진 것보다 한참 작은 구경으로 공사하는 바람에 주방에 물이 잘 안 빠지는 낭패를 보는 곳도 있었다. 신뢰가 형성되어 있으면 믿고 맡기면 되는데 아직 이런 쪽은 직접 보고 지적하고 요구를 해야 함을 느꼈다.
다음 편은 주방 타일 시공, 미장, 페인트 작업, 간판, 출입문 교체로 이어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