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리모델링, 고난의 시작
그 친구(이제부터 친구를 'A'라고 하겠다.)와 나는 둘 다 시간이 널널했기 때문에 틈날 때마다 만나서 가게 인테리어에 대해 논의했다. A가 사는 자취방 주변은 대학가라 저렴한 커피숍이 많았다. 게다가 방학기간이라 손님도 뜸해서 카페에 자리 잡고는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있었다.
처음엔 둘 다 이런 쪽으로는 경험이 없다 보니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온종일 시시콜콜한 신변잡기만 늘어놓다가 며칠이 지났을 때야 비로소 이래선 안될 것 같은 생각에 다시 가게 공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가게 내부 철거는 업체에 의뢰해서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그 사이에 A와 나는 리모델링을 할 설계를 마쳐야 했다. 일단은 내가 차리고 싶은 가게의 모습을 '핀터레스트'를 통해서 비슷한 콘셉트의 가게 사진들을 골라서 A에게 보여주니까 A도 그제야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그러면서 대략적인 가게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다찌의 사이즈, 테이블과 의자의 개수, 조명 등이 그 자리에서 정해졌다. 집에서 가져온 가게 도면을 토대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 짜냈다.
조명 배치와 주방 크기가 어느 정도 정해지자 A와 나는 직접 가게로 가서 도면과 실제 내부의 크기가 어느 정도 정확한 지를 비교하기 위해 실측을 해봤다. 이때 우리 둘의 입에서 첫 욕이 튀어나왔다. 모서리 어느 한 부분이라도 직각이 나오는 부분이 있어야 그곳을 기준점으로 잡고 뭐든 할 수 있는데 모서리마다 직각이 나오는 곳이 한 군데도 없던 것이었다.
게다가 주방은 도면과 실측의 오차가 100mm나 넘게 차이가 나는 곳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집을 지을 때 날림공사를 했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출입문 쪽 벽은 거푸집이 허술했는지 볼록하게 울어있었고 주방 배수관은 어디서 터졌는지 타일 밑으로 물이 새고 있었다. 어머니랑 잘 아시는 분이 시공을 했는데 역시나 이런 건 아는 사람한테 맡기는 게 아님을 여실히 깨달았다.
가게의 실제 사이즈가 도면과 맞지 않았기 때문에 3주로 예상했던 공사를 조금 늦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리모델링을 위해 만든 3d 모델링도 전혀 소용이 없었기 때문에 설비 배치를 위한 단순 참고용으로밖에 활용하지 못했다.
실제 가게에 맞춰서 공사를 하는 수밖에 없어서 짜증 나는 마음에 욕은 신나게 했지만 그래 봤자 아까운 시간만 흘러갈 뿐이라 곧바로 정신 차리고 필요한 공구와 자재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건축자재나 공구에 관해서는 내가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A가 불러주는 대로 따라 적었다.
그때 동네방네에 내가 가게를 차릴 거라는 것이 소문이 났는지 가게 건물을 시공해준 업체 아저씨가 이따금씩 드나들었다. 아마 어머니께서 내가 투덜대는 걸 들으시고는 집 공사 이상하게 했다고 한소리 하는 바람에 그러셨던 것 같았다.
공사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게 정말 얄미웠지만 우리가 공사하는데 필요한 공구를 무상으로 빌려주신다고 해서 그냥 참았다. 철물점에서 공구를 빌리는 것만 해도 비용이 많이 나갈 것 같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그리고 시내에서 수족관을 운영하면서 취미로 목공을 하고 있던 고향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도 필요한 공구를 빌렸다. 건축 자재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인근 건축 자재상을 알아냈다. 구입할 자재들을 일러주니 견적이 100만 원이 조금 넘었다. 어느 정도 금액이 되니까 업체에서 가게까지 직접 배송해주겠다고 했다. 다 쓰고 남은 자재는 포장만 되어있다면 환불이 가능했다.
공구는 준비됐고 자재만 도착하면 곧 공사 시작인데 이 때도 막막했다. 사실 나도 초보였지만, A도 설계만 했지 실제 공사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일하는 순간순간마다 설계변경에 작업 방식 변경이 수시로 이어졌다. 역시나 계획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 이제부터 시작인데 벌써부터 지치기 시작했다.
다음 글은 목공사, 도색, 전기공사 등 본격적인 내부 공사를 몇 회에 걸쳐서 적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