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식당 차릴래. <15. 좌충우돌 영업 시작>

직접 부딪혀가며 세상 배우기

by 김주원

포스 설치, 영업신고, 사업자등록, 위생교육 등과 같은 것들은 앞선 오픈 준비 과정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이러한 절차에 관련된 것들은 시중에 나와 있는 식당 운영에 관한 책, 또는 인터넷에 찾아보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아무튼 가게 인테리어도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메뉴 구성도 완료돼서 본격적으로 오픈을 시작했다. 개업식 같은 걸 거창하게 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 성격이라 언제 오픈하는지 현수막만 걸어놓고 조용히 개업을 했다.


아,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구나.


뭔지 모를 부담감이 엄습해왔다.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내 가게를 차린다고 곰곰이 생각해 볼 때, 내가 무너지면 내 가족들이 무너진다는 공포감이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스무 평 남짓한 이 작은 가게를 일궈서 가정을 건사할 수 있을지 확신은 서지 않았지만 하는 데까지는 해보고 싶은 오기가 생겼다. 생각해보면 회사 안에 있더라도 앞 날을 장담할 수는 없는 시대 아닌가.

무릎 수술을 마치신 어머니와 시간 여유가 되는 여동생이 오픈을 함께 거들었다. 나는 주방을 맡았고 어머니는 주방보조와 설거지, 동생은 카운터와 서빙을 맡았다. 본격적으로 오픈하기 전에 일주일간 가오픈 기간을 두어 서로 손발을 맞춰나갔다.


그렇게 가게 문을 열게 된 2018년 3월 1일. 공식적인 첫날, 첫 손님을 받았다.


주방 동선을 생각하면서 손님이 왔을 때 깔끔하게 주문받고 멋있게 조리하며 손님이 계산하고 나갈 때 활기차게 인사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상상했지만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왔을 때의 현실은 비참했다. 밀려들어오는 주문이 순서 상관없이 섞여버리고, 덕분에 여러 주문들이 헷갈려서 까먹고, 그러는 사이 만들고 있던 음식은 다 타는 등... 당장 내가 당황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허둥지둥한 것이다. 처음 오는 손님들을 다시 오게 만들기 위해서 첫인상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여겼는데 나는 그러지 못함을, 그리고 점점 더 위축되는 나를, 가게 오픈 첫날 저녁 마감 때 발견하게 되었다.

정말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렇게 개업 첫 날을 마무리하면서 매출과는 상관없이 나는 자신감을 조금 잃어버렸었다. 개업 첫날이라 손님은 많았지만 이렇게 꾸준하게 가게를 유지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슴 설레는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무언가를 깨달았다면 아마 이런 내용이지 않을까.


모든 건 나 하기에 달렸다.


그로부터 한 달이 흘렀다. 오픈 직후 가게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하나하나 복기하다 보니 개선점이 눈에 보였다. 마치 학창 시절 오답노트를 쓰듯이 말이다. 동선을 다시 짰다. 초기 예상과는 다르게 아주 멍청하게 가게를 운영하는 내 모습을 떠올리며 계획과 실전은 다름을 뼈저리게 느꼈다.

하지만 이런 개선할 문제들이 많아서 나는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이건 아마 생산관리를 맡았던 과거 직장생활의 영향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문제가 생기면 하나하나 해결해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천성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그렇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미숙하지만 내 가게를 조금씩 발전시켜 나갔다. 그리고 몇 달 뒤, 인력 충원의 필요성을 느껴 알바 공고를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 때문에 힘든 걸 느끼기 시작한 단계가 찾아오고 있었다.


다음 편은 혼자 끙끙대야 했던 나의 속앓이를 첫사랑 때문이 아닌, 인력관리 때문에 하게 되는 과정을 서술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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