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식당 차릴래. <14. 메뉴 개발>

세상에 쉬운 일이 있을까?

by 김주원

주방 설비가 갖춰지고 가스관이 연결되자마자 곧바로 메뉴 개발에 착수했다. 초밥에 쓰일 단촛물(초대리)만은 그보다 더 잘 만들 자신이 없어서 사장님께 허락을 받고 그대로 쓰기로 했다. 대신 나머지 육수와 관련된 것은 직접 개발하기로 했다. 무턱대고 예전에 일했던 식당의 레시피를 그대로 베껴 쓸 순 없는 노릇이었기에 나는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내가 뭘 모르는지 모른다는 것과 뭘 모르는지 안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어느 정도 식당일을 알게 되니까 최소한 내가 뭘 모르는지는 알게 된 상태가 됐다. 기본적으로 일식에서 육수 내는 방식은 비슷했기에 거기서 무엇을 더하고 빼느냐의 차이에 따라 나만의 육수가 나오리라 여겼다.

그때부터 책과 유튜브가 내 스승이 됐다.


처음에는 그대로 따라 해 봤다. 어느 정도 맛이 나오게 됐을 때, 조금씩 변형해서 만들어보게 되면서 서서히 나만의 레시피가 쌓여갔다. 그런데 책이나 유튜브는 보통 1인에서 4인 가족 분량 정도의 소량으로 만들기 때문에 가게 사정과는 맞지 않다는 걸 느꼈다. 레시피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30인 기준으로 양을 비율에 맞게 늘려서 만들어봤다. 그런데 그 맛이 아닌 거였다. 무조건 비율을 늘린다고 똑같은 맛이 안 나옴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맛이 없었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내가 정한 가게 오픈 날짜는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는데 메뉴 개발이 진척이 없었다. 대량으로 육수를 만들고 버리고를 반복하다 보니 버려지는 양도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법이다. 그렇게 여섯 번 정도를 반복했었나, 군대에서 사격을 앞두고 총의 영점을 맞춰가는 것처럼 서서히 원하는 맛이 나오게 됐다. 옆에서 지켜보시던 어머니는 내가 육수를 만들 때마다 맛보고 평가를 해주곤 하셨는데 마지막으로 만든 육수를 맛보시고는 '오케이'하셨다. 어머니나 나나 정말 토 나올 때까지 만들고 맛보고 했었기에 육수가 완성된 그 이후로 내가 만든 육수는 절대 맛보지 않으셨다.


육수가 완성되고 나서부터 나머지 메뉴는 신기하게도 술술 완성이 됐다. 쯔유라는 간장 소스를 만드는 것은 두 번째 시도만에 완성됐고, 쯔유와 물과의 배합 비율에 따라 덮밥소스와 메밀 육수로 나눠서 만들었다.

육수 개발 당시에 찍은 사진. 왼쪽은 우동육수, 오른쪽은 쯔유이다.


한편으로 술도 판매할 거라 안주 메뉴도 있어야 했다. 안주 메뉴에 대한 지식은 전무했던 상황이라 부산에서 운영하는 일식자재 전문 매점에서 내가 원하는 메뉴의 조리 강좌가 뜰 때마다 가서 배웠다. 거기서는 조리법도 조리법이지만 데코레이션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눈과 입 모두가 즐거운 메뉴를 배울 수 있었다. 이것저것 만들면서 내 가게에 적용할만한 메뉴들을 선별했다.

조리 강습 때 만든 음식들


안주 메뉴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오픈 준비를 앞두게 되었다. 준비된 예산은 생각보다 빨리 소진이 되어 조금이라도 더 아끼려고 메뉴판은 집에서 프린터로 출력해서 만들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겪으면서 느끼는 깨달음은 더 크고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쉽지 않고 안될 것 같은 일들이 하나하나 돼가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더 큰 포부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점도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그렇게 가게 오픈 준비가 서서히 마무리되고 있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세 파트로 나누어서 글을 쓰기로 했는데 이제 마지막 파트가 남았다. 이때까지 썼던 직장 시절, 가게 오픈 준비에 대한 글들은 앞으로 쓰게 될 것들을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다음 편부터는 가게 오픈부터 지금까지 운영하면서 겪게 된 에피소드 위주로 다뤄볼 예정이다.

keyword
이전 14화여보, 나 식당 차릴래. <13. 주방설비&집기류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