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너희들과 축구하며 놀 때 이런 생각이 들더구나.
'과연 혼자 개인기로 수비수를 제치고 멋지게 들어간 골만 골일까?'
화려하고 멋진 개인기로 수비수를 뚫고 오직 자신의 능력만으로 골을 만들어내는 스타는 분명히 존재하지. 하지만 축구는 공이 닿으면 반칙이 되는 신체를 제외하고는 어떤 부위로도 골을 만들어 낼 수 있어. 그리고 동료의 도움을 받아 손쉽게 골키퍼 반대편에서 툭 차도 골이 되지. 상대방의 반칙을 유도해서 페널티킥으로 골이 만들어지기도 해. 누군가는 운 좋게 자신의 엉덩이에 맞은 공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갈 때도 있어.
인생도 마찬가지더구나. 간혹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팀원을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하드캐리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빠는 순수하게 자신의 실력만으로 정점을 찍는 사람을 많이 보지는 못했단다. 분명 누군가의 조력이 있었고 희생이 있었어. 그런 조력자나 희생을 하신 분들은 부모님이 되기도 했고 친구 중에서 나오기도 했으며 직장 동료한테서 나올 수도 있지.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그렇게 하다가 번아웃도 찾아오고 인생의 슬럼프도 찾아왔었거든. 장사를 하던 시절에는 스스로가 만능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있었지. 지나고 보니 왜 그런 고집을 부렸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 분명 아빠 주변에는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아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말이야.
골 문 앞에서 동료의 패스를 받아서 방향만 바꿔도 골이 되는데 왜 굳이 힘들게 여러 수비수들을 제치고 개인기를 부려가며 시간을 지체해야 될까? 너희들의 능력이 스스로도 압도적이라고 생각이 든다면 충분히 그런 퍼포먼스를 보여줘도 뭐라 그럴 사람은 없을 테지만 축구의 목표는 11명이 작전대로 움직여 골을 넣어서 이기는 거잖아? 받아먹기 좋은 위치에서 동료가 찔러주는 킬패스에 발만 갖다 대도 골은 넣을 수 있어.
또 하나, 네가 골을 넣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골을 넣고 그 경기에서 이긴다면 단연 주인공은 너희들이 되겠지. 하지만 그 승리의 데이터에는 골을 넣은 자가 있고 그 골을 어시스트 한 자가 있어. 그리고 상대팀 공격을 차단하는 수비도 빛날 수 있고 골키퍼의 선방도 경기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어. 결국 축구는 우리 팀의 실점은 최소화하고 득점을 많이 넣어야 이기게 되겠지?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아빠도 가지고 있단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라는 종족은 혼자보다는 협력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야. 그러니 주변 사람들을 믿고 의지하고 또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는 그런 삶을 한 번 살아보는 게 어떨까?
아빠는 인생이라는 시합에서 첫 골도 놓쳤고, 두 번째 골도 놓쳤어. 이제야 앞과 옆, 그리고 뒤에서 손을 드는 동료들이 보이는구나. 멋진 골만 골이 아니야. 계속 시도해 보자. 주변 동료나 친구들을 믿고 가족을 믿고 너희가 골을 넣어도 되고 동료가 골을 넣을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고 그러면 승리를 손에 쥐게 되겠지?
어떡해도 안 풀리던 경기에서 운 좋게 엉덩이로 골을 넣는 날도 올 수 있을 거야. 그럴 땐 그냥 하늘이든 땅이든 어디든 "감사합니다!"라고 하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