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주원 Jul 28. 2024

셀카 찍어본 적이 언제였더라?

"자! 사진 찍는다. 하나, 둘, 셋!"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으면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혹은 가족 여행을 갔을 때 멋진 배경 앞에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서보라고 하고 찍어주기도 하죠. 제 핸드폰 속 사진첩을 보면 아이들 사진, 아내 사진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제 얼굴이 나온 사진은 한참 스크롤을 내려야 나오더군요. 가장 최근이 5개월 전 친구와 찍은 술자리 셀카였습니다. 그것마저 집에 있는 아내에게 잘 놀고 있다고 알려주기 위한 셀카였습니다.


자기애가 충만하던 20대에는 셀카도 곧잘 찍었는데 언젠가부터 셀카는 잘 안 찍게 되더군요. 왜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왕 이런 생각을 한 김에 바로 핸드폰을 집어 들고 셀카를 찍어봤습니다. '찰칵'


필터를 안 쓰고 찍은 제 생얼굴을 찬찬히 뜯어봤습니다. 뭔가 삐딱한 좌우대칭, 풍성했던 머리숱은 돌에 붙은 매생이처럼 가느다랗게 바뀌었고 옅은 눈썹은 이마의 땀이 눈으로 바로 흘러내릴 수 있게 길을 비켜주고 있었습니다. 처진 볼 때문에 마치 심술쟁이 불독처럼 보였고 어릴 적 여드름으로 생긴 흉터는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더군요. 객관적으로 바라본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아, 이게 내 모습이구나. 그래서 내가 셀카를 안 찍었던 거였나 싶더군요. 얼굴은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담겨있다는데 근심과 걱정으로 보냈던 날들이 웃는 날보다 많았던 걸까? 그 흔적이 얼굴에 남아있었네요. 혹시나 싶어 활짝 웃는 모습으로 찍어봤습니다. 그나마 웃으니까 봐줄 만은 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드는 것이 제 나이대 남자들이 잘하지 않는 행동이긴 합니다. 주위 시선에 낯간지러워서 못하고, 외모에 자신이 없어 못하고, 사실상 셀카를 찍어봤자 쓸데없어서 안 찍죠. 그런데 이렇게 집에 가만히 있을 때 셀카를 찍은 제 모습을 보니 조금 욕심이 생기네요. 


잘 생기고 잘나 보이고 싶은 욕심은 아니고요. '눈을 크게 뜨고 더 환하게 웃는 얼굴이 되어보자. 조금 더 편안한 인상을 만들어보자. 내 얼굴이 나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주도록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나를 사랑해야 누군가도 나를 좋아해 주지 않을까요? 예전부터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고 다짐했었지만 사진 속 제 모습은 그것을 잘 실천하지 못했던 것 같네요. 


긍정의 힘은 얼굴에서도 드러나기에 이제 부끄럽더라도 자연스럽고 환하게 웃게 될 때까지 저는 조용히 제 방에서 셀카 연습을 해보려고 합니다. 아이들도 아내도 저를 보며 행복감을 느끼게 될 날이 곧 오겠죠?




매거진의 이전글 내 손에 쥐어진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