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체질은 꼭 타고나야 잘하나?
내가 지금 장사를 잘해나가고 있냐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제일 첫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꾸역꾸역 버텨나가고 생존경쟁에 허덕이고 있다. (추후에 다룰 내용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요일은 오후 세시까지 영업하고 매주 일요일은 쉰다. 육아 때문이라는 핑곗거리가 있긴 하지만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유야 어떻든 한창 가게를 성장시켜야 될 시기에 어느 정도 주말에 나만의 시간은 가지고 있는 뭔가 좀 이상한 장사 꾼인 셈이다.
이게 문제가 아니라 사실 내 성격은 외향적이지만 내성적인, 인싸 같지만 아싸에 가까운... 뭔가 좀 그렇다. 처음에 장사한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이 뜯어말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 본래 성격을 아는 친한 친구나 가족들이 나 보고는 장사 체질이 아니라고 회사나 잘 다니라고 했다.
사실 어찌 보면 직장 생활이 나에겐 더 맞을지도 모른다. 회사 밖을 나와보니까 고정적으로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부러웠고,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연차도 부러웠고, 주말에 쉴 수 있는 것도 부러웠고, 그 외 명절 보너스, 연말 성과급, 선물세트, 복사기, 사무용품, 회사 고양이, 꽃, 나무, 기계소리, 식당 밥 모든 게 부럽고 아른거렸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식당 장사와 바꿀 수 있을 만한 매력이 있어서 내가 선택한 것이지 않나? 바로 자유다. 의사결정권자가 바로 내가 되고, 내 의지대로 꾸려나가며, 그에 따르는 모든 책임도 내가 지는 것. 갑자기 영화 '쇼생크 탈출'이 생각난다. 안 보신 분이 없겠지만 혹시라도 안 보신 분이 계신다면 꼭 보시길. 영화의 기억을 더듬다 보면 그것이 마치 나의 삶에도 투영이 되는 것 같았고 그러다 보니 자유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사뭇 쟁취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오히려 직장 체질이 맞는 나에게 자유는 또 다른 구속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문제였다. 내 성격이 이렇다. 자유를 얻으면 자유에 얽매이게 되는 조금 모순적이고 한심한 캐릭터. 당연히 나로서도 장사에 대한 자신감은 별로 없었다. 두려움도 많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직까지 용케 잘 버텨나가고 있다.
자유는 나에게 책임감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책임감은 나를 장사꾼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일례로 우리 측 실수로 클레임이 들어오면 고객과 직접 마주하면서 즉각적으로 조치를 해주고 거기에 소모되는 비용과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염치불구하고 클레임을 건 손님께 다음에 다시 오시면 (아직은 수줍은 말투로) 서비스 팍팍 챙겨주겠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다시 와서 주문해 주셨다.
여기서 약간 깨달은 사실이 있는데 고객들은 가게의 실수로 자신이 피해를 입었을 때까지만 해도 이 가게를 다시 올지 말지 결정을 못 내리는 상황으로 보였다. 그 상황에서 가게 주인의 대처에 따라 오히려 단골로 바뀔 수도, 다시는 안 오게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됐다. 일종의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다. 거기서 이것저것 손익을 따져서는 안 된다. 내 잘못이라면 바로 환불해주던지 서비스를 더 챙겨주던지 허리 숙여 사죄하던지 해야 하고 고객 잘못이라면 충분히 서로가 납득할 수 있게, 고객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이 수긍하게 만들 수 있는 스킬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나의 성격을 가려줄 가면을 쓰고 장사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의도적인 건 절대 아니고 장사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이게 바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인가... 아무튼 장사 체질이 아닌데도 가게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비결이라면 비결이랄까. 그냥 장사에 맞춤인 성격을 가진 페르소나 하나를 키우고 있다고 여기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나이 서른아홉 살의 유망주를 말이다.